정부가 운영하는 ‘슈피텍스(방문 돌봄)’ 서비스를 받고 있는 스위스의 노인. ⓒ빈터투어시 웹페이지

스페인에 사는 시어머니가 몇 달 전 스위스 우리 집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가족이 다 함께 숲으로 산책을 나갔다. 내 팔을 붙들고 걷던 시어머니가 일부러 속도를 늦추는 게 느껴졌다. 당신 아들과 손주들은 저만치 앞서가고 옆에 나만 남게 되자 시어머니가 말을 꺼냈다. “내가 너한테 꼭 당부하고 싶은 게 있었어. 네 남편한테 말해두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해서 너한테도 약속을 받아내려고 한다.” 심각한 분위기였다. 나는 귀를 쫑긋 세웠다. “나는 절대 요양원은 안 간다. 죽더라도 내 집에서 죽고 싶어. 반(半)송장들이 온종일 무표정한 얼굴로 휠체어에 앉아 있는 곳에 들어가기는 죽어도 싫다.” 시어머니는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며느리에게 본인 뜻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 ‘반송장’ 흉내까지 냈다. 팔다리를 늘어뜨린 채 입을 살짝 벌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