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원 그림

아무의 덕도 보지 않았다고 믿던 시절이 있었다. 남들은 끌어주고 밀어주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왜 이렇게 홀로 삽질하는가, 한심하고 아득하던 때가 있었다. 과거형으로 썼지만 지금도 가끔 그런다. 혼자 덤불 속을 헤치는 것 같은 날, 제대로 가고 있나 묻고 싶은데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보이지 않는 날, 그만 주저앉아 남 탓이나 하고 싶은 날. 읽히지 않는 책장을 덮고 영화를 봤다. 감독 강유가람이 지난날 여성주의 현장에서 만났던 친구들을 찾아가 그들의 현재를 취재한 다큐멘터리 〈우리는 매일매일〉. 처음엔 과자를 옆에 끼고 한없이 게으르게 보다가 어느 순간 허리를 곧추세우고 앉아 필기까지 하며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