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산에서 바라본 김포공항과 인천 계양구 일대. ⓒRFA 자유아시아방송 조남진

이제는 모두가 아는 사실 하나를 곱씹어보자. 정치인 이재명이 성장한 곳은 경기도 성남시다. 성남에서 자라 시장이 되었고, 경기도지사를 거쳐 대권에 도전했다. 그런 그가 평생 살았던 수도권 동부 지역을 떠나, 낯선 수도권 서부로 정치적 거점을 옮겼다.

인천시 계양구는 산(계양산)과 운하(경인아라뱃길), 그리고 논밭이 넓게 펼쳐진 곳이다. 골짜기 사이에 신도시가 들어선 성남과 달리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허허벌판’이 계양3동에 펼쳐져 있다. 인천에서 가장 구석진 곳이자, 유일하게 서울과 행정 경계가 맞닿은 지역이다. 연고 없는 땅에서 처음으로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는 정치인의 눈에 자연스럽게 넓게 뻗은 논밭이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허허벌판 너머 활주로에서 쇳덩이가 날아오르는 모습, 활주로를 오가는 비행기의 소음도 눈과 귀로 경험했을 것이다.

대선주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상임고문은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인천 계양을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되었다. 선거 과정에서 발표한 공약 하나가 전국 선거를 뒤흔들었다. 계양구 허허벌판과 맞닿아 있는 서울 강서구 소재 김포국제공항을 인천국제공항과 통폐합하겠다는 공약이다. 이른바 ‘김포공항 이전’은 단순한 지역구 공약에 그치지 않았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송영길 후보와 함께 정책 협약을 맺었고, 자신의 지역구에 들어설 3기 신도시 인천계양 공공주택지구(계양지구)를 제2의 판교로 만들겠다며 거대한 마스터플랜을 내세웠다.

기본적인 논리는 이렇다. 김포공항 동쪽에 서울 마곡지구가 완성되어간다. 공항 서쪽에는 계양지구가, 공항 남쪽에는 부천대장 공공주택지구(대장지구)가 자리 잡을 예정이다. 마곡지구에는 LG그룹이 그룹 계열사의 연구개발(R&D) 단지를 모두 집결시켜 놓았고, 대장지구에는 SK그룹이 핵심 계열사를 입주시킬 예정이다. 계양지구에도 판교와 같은 대규모 연구개발단지가 들어서면 계양(인천)-대장(부천)-마곡(서울)이 연결되는 대규모 연구개발 산업단지가 조성된다.

그런데 이 세 축의 가운데에 넓은 부지를 차지하며 소음공해를 일으키는 김포공항이 놓여 있다. 공항이 만들어내는 소음과 지리적 단절(인천·부천·서울 사이에서 통행을 단절시키는 효과)은 이 세 구역뿐 아니라 서울 강서·양천·구로·금천 등 서남부 지역의 정주 환경도 악화시킨다. ‘공항만 없다면’이라는 가정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인천 표심은 물론이고 경기도 서부와 서울시 서남권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슈가 된다.

갑작스러운 발표였다. 여당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뒤따랐다.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물론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도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 전날인 5월30일, 오세훈·김은혜 두 정치인은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 모여 ‘김포공항 이전 저지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 및 협약식’을 가졌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오세훈)” “경기도민의 이익에 정면 배치되는 것(김은혜)”이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의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도 5월31일 라디오 방송에서 “아무 조율 없이 이렇게 (공약이) 나온 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라며 에둘러 비판했다.

대다수 언론과 정치권 인사들은 이 공약이 보궐선거에 나선 대선주자가 급조해 만든 즉흥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100% 틀린 말은 아니다. 이재명 후보가 이 공약을 공식화한 것은 5월26일, 선거 엿새 전이다. 선거 초반, 맞상대인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를 넉넉한 표차로 이길 것으로 관측되었다. 하지만 선거 막판 두 후보의 지지율이 경합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김포공항 이전’ 카드가 공식화되었다. 이 후보 측이 승기를 확보하기 위해 지역 유권자의 호응이 큰 공항 이전 공약을 뒤늦게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오른쪽 두 번째)는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와 ‘김포공항 이전’ 정책 협약을 맺었다. ⓒ국회사진기자단

■ 생각보다 오래된 김포공항 이전 논쟁

그러나 김포공항 이전이라는 요구는 이번 선거에서 처음 대두된 것이 아니다. 중앙 정치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뿐, 관련 논의는 지역 정치권에서 계속 제기되어왔다. 국민의힘 정치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2021년 7월1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소속 최선 시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이전하는 문제에 대해 시장님 견해는 어떠한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당시 오 시장은 “상당히 경청하고 검토해볼 만한 제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국민의힘의 이기재 양천구청장 당선자도 선관위에 제출한 공약 사항에 ‘김포공항 이전 지속 추진’이라고 적시해두었다. 그 이전부터 이 지역 주민들의 요구가 강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포공항 활주로 이륙 권역(김포시, 인천시 계양구)보다 착륙 권역(부천시, 서울시 강서구·양천구) 주민들의 소음 피해가 누적되어왔다.

중앙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김포공항 이전 요구가 등장한 것은 민주당 대선 경선부터였다. 경선에 나선 박용진 의원이 불씨를 지폈다. 당시 박 의원은 “김포공항 부지는 여의도의 10배다. 20만 가구를 수용할 수 있어서 서울 도심 주택 공급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라며 김포공항을 인천공항과 통폐합하자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민주당 당내 대권주자들의 1순위 관심사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였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각인된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패착이 부동산 가격 급등과 자산 양극화이기 때문에 공급량을 대폭 늘려서 시장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대선주자들도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원했는데, 당시 이낙연 후보는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서울공항 부지를 활용하자고 제안했고, 정세균 후보는 학교 부지에 아파트를 지어 저층에는 학교를, 고층에는 주택을 채워 넣자고 주문했다. 훗날 경선에서 최종 승리한 이재명 후보도 역세권 고밀도 개발, 경인선 지하화 등을 통해 주택 부지를 확보하겠다고 주장했다. 그야말로 ‘땅 찾기 경선’이 펼쳐진 셈이다.

경선이 끝난 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내부에서 김포공항 이전 문제가 진지하게 검토되었다. 인천 지역구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김포공항 이전을 주장했고, 당내에서 득실을 따져보기도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에서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조응천 의원은 지난 5월30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당시 논의 과정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대선 때 송영길 당시 대표가 (김포공항 이전을) 무지하게 밀었고, 이 후보가 상당히 관심이 있었다. 제가 국토위 간사인데 여러 가지로 분석해서 이거 안 되는 거라고 얘기했다.” 선대위 내부에서도 김포공항 이전을 발표할 경우 서울 표심을 놓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결국 대선에서 김포공항 이전은 공식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의원은 이 공약에 계속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대선 선대위와 보궐선거 캠프에서 이 의원 선거를 도왔던 한 관계자는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발표된 과정에 대해 “김포공항 이전을 강하게 주도한 것은 의원 자신이다. 차근차근 준비한 공약은 아닐지라도 의원이 선거 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던 사안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준비 과정이 충분하진 않았다. 이전을 뒷받침하는 논리가 부실했다. 김포공항에서 고속철도로 10분이면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다는 주장, 제주까지 해저터널을 뚫어 KTX가 오갈 수 있다는 주장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수’처럼 보이는 이 공약이 추후 정치권에서는 지속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남았다. 무엇보다 현재 민주당 당내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정치인 본인이 약속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 ‘수도권 서부 대개발’이라는 정치적 플랜

이재명 의원의 임기는 2년이다. 대권에 다시 한번 도전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정치인이 단순히 지역구 보궐선거에서 이기고, 이 지역에서 계속 국회의원을 하기 위해 ‘공항 이전’이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던졌다고 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이런 개발 이슈를 선거에서 부각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측면을 고려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민주당이라는 정당이 처해 있는 현실 문제를 돌파하기 위함이다. 지난해부터 민주당은 이른바 ‘검수완박’, 언론개혁 같은 열성 지지층의 요구가 큰 사안에 집중해왔다.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이 지적한 것처럼 ‘팬덤 정치’는 민주당을 움직이는 동력이자 당의 위험요소로 꼽힌다. 이 의원 캠프 관계자는 당의 동력을 다른 차원에서 찾아보려는 시도 중 하나가 바로 대규모 개발 이슈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이 개발 이슈가 어떤 유권자를 겨냥하는가. 개발 이슈는 수혜를 입는 유권자와 불편을 겪는 유권자가 분명하게 갈린다. 여기서 두 번째 문제, 앞으로 민주당을 지탱하는 지지층이 어디에 어떻게 분포되어 있느냐가 관건이 된다. 바로 수도권 서부 지역이다.

김포공항 착륙을 앞둔 비행기가 서울 양천구 주택가 상공을 날고 있다. ⓒ김흥구

5월26일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는 ‘수도권 서부 대개발’이라는 표현을 동원했다. 공항 이전이 단순히 계양구(더 구체적으로는 계양을) 주민들을 위한 일이 아니라 수도권 서부를 재구축하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서 이 후보는 ‘판교’를 언급한다. IT 기업이 밀집해 있는 판교신도시는 수도권 인근 개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강남과 가까워 지식 노동자들의 선호도가 높고, 기업들의 네트워크 효과도 극대화되는 지역이다. 판교는 경기도에서도 부동산 자산 가격이 가장 높은 ‘경부 축’의 핵심 지역이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분당, 용인시 수지, 수원시 광교, 화성시 동탄으로 이어지는 경부 축은 도시마다 연담화(도시와 도시의 경계가 맞닿음)가 이뤄졌고, 거주 인구도 포화상태에 이른 완성된 권역이다.

그런데 이들 지역의 정치적 표심은 민주당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지방선거에서 성남시, 용인시 기초자치단체장은 모두 국민의힘이 차지했다. 인근 과천시·의왕시까지 국민의힘 후보의 선전은 이어졌다.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수원시·화성시에서 그나마 민주당 후보들이 우세를 보였을 뿐이다.

반면 수도권 서부의 사정은 동부권과 확연히 다르다. 부천시·시흥시·안양시·광명시 등은 여전히 민주당 후보의 우세가 이어졌다. 호남을 제외하면, 현재 민주당을 버티게 해주는 지역적 범주는 수도권 서부에 국한된다. 김포공항 이전은 이들 권역을 ‘경부 축 도시만큼’ 발전시키겠다는 약속과 같다.

김포공항 이전 문제는 민주당에 열세 지역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서울 서남권(강서·양천·구로·금천)과도 직결된 이슈다. 이들 지역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으로 분류되었으나, 2022년 대선·지선을 거치며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해졌다. 2010년대까지 민주당은 호남·수도권 서부 지지층을 상수로 두고 전국 정당으로 확대해갔다. 충청남도에서는 천안·아산·당진 등 아산만 일대 지역에서 인구가 늘고 민주당 지지층을 넓혀갔다. 부·울·경 지역에서는 ‘메가시티(지방 광역화)’ 구상을 민주당이 주도해나갔다. 그러나 지역 공략을 주도한 핵심 정치인(안희정, 김경수 등)이 형사처벌을 받으면서 새로 구축한 표심이 흔들렸다. 이제는 ‘본진’이었던 수도권 서부 권역마저 흔들리는 상황이다. 당 차원에서 김포공항 이전에 대한 기대감을 계속 무시하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 실현 가능성에 따라붙은 ‘물음표’

이는 어디까지나 공항 이전의 현실적인 제약은 무시한 채, 정치적인 유불리만 따져보았을 때 적용되는 논리다. 김포공항을 이전해야 하는 이유만큼이나, 김포공항을 유지해야 하는 근거도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2600만 수도권 인구가 인천공항만 이용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인천공항의 활주로를 추가한다 하더라도, 김포공항이 소화하고 있는 국내선 수요를 모두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전 세계 대도시 대부분이 복수 공항을 운영한다는 것도 고려해야 할 점이다. 뉴욕과 런던은 인근 60㎞ 이내에 총 5개 공항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 상하이, 일본 도쿄 등도 모두 복수 공항을 운영 중이다. 무엇보다 인천공항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비행기가 이착륙할 대체 공항이 필요한데, 김포공항을 없애면 100㎞ 바깥에 있는 청주공항을 이용해야 한다. 김포-제주를 오가는 여객 수만 따져도 한 해 1000만명이 넘는다. 전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국내선 노선 1위가 김포-제주 노선이다(국제항공운송협회 2021년 집계 기준). 이미 사람들이 잘 이용하고 있는 기반시설을 없애는 건 대중적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수도권 동부 지역 주민의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이재명 의원의 주장처럼, 인천공항까지 가는 철도망을 보완한다 하더라도, 이용객들이 김포공항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이재명 의원이 강조하는 ‘수도권 서부 대개발’도 부작용이 만만찮다. 수도권 서부를 경부 축처럼 구축할 경우, 인구와 자원, 물자의 수도권 집중은 더욱 심화된다. 최근 경기도 남부 평택시·안성시에 제조업 단지가 늘어나면서 비수도권 인구를 흡수하는 것처럼, 서울과 맞붙어 있는 경기·인천 서부 권역 개발은 지방 소멸을 가속화할 위험성이 있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국토 균형발전을 주장했던 이재명 의원 본인의 주장과도 배치된다.

일각에서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이슈가 되었던 수원 군 공항 이전과 함께 김포공항 이전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수원역 인근에 위치한 수원 군 공항 이전은 이번 선거에서 양당 후보 모두 공약한 바 있다. 이 경우 인근 다른 지역(화성시 등)으로 공항을 이전해야 하는데, 민간 항공기 이착륙도 가능한 공항으로 새로 만들 경우, 수도권 주민들의 항공 수요를 일부 충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신설 경기공항(가칭)을 만든다 하더라도 입지 선정, 인근 주민과의 사회적 타협 등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충청남도와 수도권 일부 항공 수요를 흡수하길 바라는 청주공항의 기능과도 중첩될 가능성이 있다. 김포공항 이전, 수원 군공항 이전이라는 문제를 함께 엮어서 풀기에는 얽히고설킨 이해 당사자가 너무 많다. 이를 어떻게 공론화할지, 정치적 타협점을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따라 ‘초선 의원’ 이재명의 정치력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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