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일 지방선거 개표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왼쪽부터).ⓒ시사IN 이명익

대선 1년 전 치러진 선거에서 패했다. 대선도 졌다. 연이은 지방선거(지선)에서는 대패했다. 3연패였다. 2022년의 시점으로 바라보면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얘기 같지만, 국민의힘이 앞서 겪은 일이기도 하다.

개헌선(200석)까지 차지한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던 2016년 총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치러진 2017년 대선, 남북정상회담 직후 치러진 2018년 지선까지 국민의힘(당시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당명 변경)은 계속 졌다. 2017년 자유한국당 대선주자로 뛰고 낙선했던 홍준표 후보가 2018년 지선을 진두지휘했다. 당시 당대표였던 그는 곧바로 사퇴했다.

6·1 지선 결과를 받아든 민주당에는 과거 국민의힘이 빠졌던 패배의 늪을 떠올리는 이들이 있다.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표차는 다르지만, 추세가 같기 때문이다. 2021년 서울·부산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졌다. 2022년 3월 대선에서도 0.73%포인트 차이이지만 결과적으로 패했다. 석 달 후 6월 지방선거에서는 참패했다. 국민의힘 3연패의 그림자와 겹치는 장면이다.

대권주자급 정치인 이재명의 원내 입성, 김동연 후보의 경기도지사 신승 등이 있지만 4년 전과 비교하면 확연한 민주당의 실패다. 2018년 지선 당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광역단체장 비율은 14대 3(대구·경북·무소속 원희룡 제주 포함)이었다.

2022년 지선 결과, 숫자가 역전됐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광역단체장 비율은 5(전남·전북·광주·제주·경기)대 12다. 3월9일 대선 패배 이후 지도부가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렸던 민주당은 6월1일 지선 패배 이후 또다시 지도부가 총사퇴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제각각 사과와 반성 그리고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평가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민주당의 ‘0.73%포인트 차이 석패’는 어떻게 고작 두 달 사이 ‘5대 12 대패’로 벌어졌을까. 이를 짚는 것이 핵심이다.

먼저 한국갤럽이 매주 발표하는 정당 지지율을 보자. 정권 교체기였던 4월 한 달 동안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4월 첫째 주 민주당 37%·국민의힘 35%, 둘째 주 민주당 39%·국민의힘 40%, 셋째 주 민주당 40%·국민의힘 39%, 넷째 주 민주당 37%·국민의힘 40%이다. 5월 첫째 주까지 이 경향이 유지돼 민주당 41%·국민의힘 40%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른바 ‘검수완박’이라 불린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밀어붙인 민주당과 중재안을 번복한 국민의힘,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용산 집무실 이전 및 인사 논란 등으로 양당의 지지율 모두 지지부진했다.

6·1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환호하는 국민의힘 지도부.ⓒ국회사진취재단

당내 반발 불러온 김포공항 이전 공약

5월 둘째 주 민주당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일주일 만에 10%포인트 추락해 정당 지지율 31%를 기록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5%포인트 상승해 45% 지지율을 보였다. 한 주 사이 두 정당의 지지율 격차가 1%포인트에서 14%포인트로 벌어진 것이다. 정치적 사건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시기였다. 5월8일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이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했다. 5월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이모 논란’이 벌어졌다. 5월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했다. 5월12일 민주당은 성비위 사건을 일으킨 박완주 의원을 제명했다.

5월 셋째 주에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2%포인트씩 지지율이 떨어져 29%, 43%였다. 두 당 간 격차는 그대로인 채로 6·1 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에 들어갔다. 선거 막판 이재명 후보가 꺼내든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당내 다른 후보들의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여는 등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를 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민주당발 악재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혼재된 상황이 6·1 지선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국민의힘이 잘했다기보다는 민주당이 못한 상황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가 담겼다는 뜻이다.

이번 지선 결과에서 주목해야 할 숫자는 크게 세 가지다. 서울시장 후보와 구청장 후보 득표율 차이, 방송 3사 출구조사의 성별·연령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경기도지사 후보 득표 차이, 그리고 광주 투표율이다. 모두 민주당 리더십과 맞닿아 있는 이슈다. 해당 숫자의 의미를 읽어야 평가의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는 지선의 중심(김민석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이라고 꼽힌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둘러싼 평가는 송영길 후보의 인물 경쟁력만이 아닌 공천 과정에 대한 당 지도부의 리더십과 연관되어 있다. 전체 전략과 기조를 어떻게 짰는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연일 민주당에 선거가 쉽지 않다는 경보가 울리던 지난 5월 중순 수도권의 민주당 초선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서울시장 후보 공천이 결정되는 과정을 보면서 ‘당이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라는 본격적인 의문이 생겼다. 송영길 후보는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인천에서 5선을 했다. 구청장 선거, 기초의원 선거를 해야 하는 서울시 의원들 대부분이 공천을 반대했다. 윤호중·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도 원래 공천을 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된 걸까?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누구 하나 제대로 아는 것 같지가 않다.”

또 다른 민주당의 초선 의원도 “당의 주인이 사라져버려서 소수의 목소리가 당을 장악하게 되었고 그것에 당 전체가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흐름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리더십이 부재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송영길 서울시장 공천과 이재명 인천 계양을 출마가 이어지면서, 두 사람이 실제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자리를 주고받은 것처럼 보인 모양새는 전체 지선 구도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선대위 한 관계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은 예정되어 있었고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정부를 심판할 게 많지 않다는 건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재명-송영길 투톱 체제가 이번 지선을 대선 연장전처럼 보이게 했다. 대선 연장전 구도라면 우리가 지는 싸움이다. 0.73%포인트라도 패한 건 패한 거다. 그런데도 처음에는 ‘정권견제론’을 들고 나갔다. 민영화 이슈 등이 생각보다 먹히지 않자, 좌우 날개로 국정을 운영하게 해달라는 ‘정권균형론’이나 괜찮은 사람을 지역일꾼으로 쓰게 해달라는 ‘인물론’으로 기조를 바꿨는데, 이미 실기한 상황이었다.”

실제 6·1 지선 결과를 보면, 서울시장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송영길 민주당 후보 격차와 각 서울 구청장 국민의힘 후보와 민주당 후보 격차는 차이가 난다. 송 후보 공천에 대한 범민주당 지지층의 평가인 셈이다. 오세훈 후보는 송영길 후보와 맞서 서울 25개 구 모두에서 이겼다. 전체 평균은 19.81%포인트 차이다. 그런데 서울시 25개 구청장 선거로만 보면, 민주당은 8개구(성동·중랑·성북·강북·노원·은평·금천·관악구)에서 수성했다. 서울시 구청장으로 출마한 국민의힘 구청장 후보와 민주당 구청장 후보의 득표 차이는 6.77%포인트다. 투표용지를 여럿 받아든 유권자가 줄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시사IN 최예린

6월1일 개표 당일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민주당의 선거 캠페인에서 경기도지사는 인물론, 서울시장은 정권견제론이 두드러졌다. 흔히 민주당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꼽히는 40대 지지율로만 놓고 봐도 차이가 난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송영길 후보 50.8%, 오세훈 후보 48.2%였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김동연 후보 62.1%, 김은혜 후보 35.5%였다. 최근 들어 보수 우세로 꼽히는 20대 남성 지지율도 같은 민주당 후보지만 송영길-김동연 차이가 눈에 띈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송영길 후보 25.5%, 오세훈 후보 73.1%다. 김동연 후보에 대한 20대 남성 출구조사 결과는 41.31%, 김은혜 후보는 55.2%다.

3연패가 끝 아니다?

또 하나 빠뜨리면 안 되는 숫자가 있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라 할 수 있는 광주광역시 투표율이다. 광주 유권자의 37.7%만이 6·1 지선 투표장으로 갔다. 세 명 중 한 명만 투표했다는 뜻이다. 역대 지선 중 두 번째로 낮은 6·1 지선 전체 투표율(50.9%)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다. 광주의 역대 지선 투표율로 놓고 봐도 이례적으로 낮다. 광주의 역대 지선 투표율은 계속 오르는 추이였다. 2010년 49.8%, 2014년 57.1%, 2018년 59.2%였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충격적인 숫자다. 이건 민주당에 대한 심판이다. 지지자에게조차 투표의 명분을 주지 못한 선거였다”라고 말했다.

평가의 시간에 돌입한 민주당으로서는 이후 일정이 다급한 상황이다.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둘러싼 당내 계파 갈등이 불거질 경우 평가는 다분히 정치적으로 흐를 수도 있다. 민주당 개혁 성향의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계파 갈등을 피하기 위해 서로 좋은 말을 하거나, 혹은 그 갈등으로 세게 부딪쳐서 싸우더라도 우선 다 같이 모여서 평가를 해야 한다. 자주 모여서 이야기하다 보면 쇄신 방향이 나올 거라고 본다. 이건 ‘당의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평가에서 한발 더 나아가서 생각해봐야 한다. 민주당이 뭐 하는 정당이냐 하는 문제다. 대선 직전에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민들이 보기에 된 게 없다. 사회적 합의를 이야기하면서 지지율이 높은 평등법은 모른 체한다. 다양한 사회경제적 격차 해소를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데, 강성 지지층 목소리에 움츠러들어 있다. 혁신하지 않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보여주지 못하면, 밖에서 보기에 우리는 그냥 170석 가까운 기득권 공룡이다. 그러면 또 망한다.”

5월16일 거리 유세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왼쪽)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시사IN 신선영

그래서 3연패한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의 과거 그림자가 너울거린다는 말은 민주당으로서는 무서운 말이다. 국민의힘은 3연패에 이어 4연패를 했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선까지 패배한 국민의힘은 2020년 총선까지 졌다. 이른바 ‘조국 사태’와 부동산 폭등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정당 혁신보다는 정권심판론에 기댔다. 당시 승리를 예상하던 황교안 대표는 “돌 맞더라도 태극기부대 끌어안겠다”라는 기조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다 미래통합당은 2020년 총선에서 참패를 겪었다. 연이은 패배를 거치며 국민의힘은 당명을 세 번이나 바꿨다(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 국민의힘이 걸었던 길이 민주당에게는 어떻게 비쳐질까? 3연패를 마주한 민주당에 숙제가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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