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일 오전, 당선이 확실시되자 손을 치켜든 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자.ⓒ시사IN 조남진

지방선거 투표는 두 단계로 나누어 진행된다. 첫 기표소에서 유권자는 광역자치단체장과 기초자치단체장 투표용지를 받아든다. 유권자가 두 투표용지에 서로 다른 정당 후보자를 선택한다는 것은 그만큼 적극적인 의사를 표출했다는 의미다.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가장 접전이었던 경기도지사 선거는 이런 유권자의 ‘적극성’이 당락을 갈랐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김동연 당선자와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의 표차는 8913표, 득표율 차이는 0.15%포인트다. 전체 선거인 수는 1149만여 명, 투표자 수만 해도 582만여 명에 달하는 거대 선거구에서 미세한 차이가 승패를 결정지었다. 그런데 함께 치른 기초자치단체장(시장·군수) 선거 결과는 도지사 선거 결과와 달랐다. 총 31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지역은 겨우 9곳이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기초자치단체장 22자리를 확보했는데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패배했다.

상당수 유권자가 시장이나 군수를 뽑을 때에는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하더라도 경기도지사 투표에서는 다른 후보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경기도에서 국민의힘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들이 얻은 표(295만여 표)와 김은혜 후보가 얻은 표(281만여 표)의 차이는 총 13만2704표다. 이 가운데 10분의 1만 도지사 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선택했다면, 당선자의 이름은 바뀌었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던 지역에서 이 같은 ‘교차 투표’ 형태가 두드러졌다. 군포시·오산시·남양주시·고양시·의왕시·안산시·의정부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자가 당선되었지만, 이 지역 도지사 선거에서는 김동연 당선자가 김은혜 후보를 앞섰다. 가령 남양주시장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주광덕 당선자는 이 지역에서 15만8315표(득표율 53.44%)를 얻었지만, 같은 당 김은혜 후보는 14만3096표(득표율 48.3%)에 그쳤다. 주광덕 당선자를 찍은 남양주 유권자 1만5219명이 도지사 선거에서는 여당에 등을 돌린 것이다.

김은혜 후보가 김동연 당선자에게 앞선 지역이라 하더라도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은 반복되었다. 가령 하남시에서는 국민의힘 이현재 시장 당선자가 7만7493표(득표율 56.02%)를 거두었으나, 김은혜 후보는 6만9943표(득표율 50.46%)를 얻는 데 그쳤다. 용인시에서도 국민의힘 이상일 시장 당선자가 26만4487표(득표율 55.37%)를 획득했지만, 김은혜 후보에게 간 표는 24만3307표였다. 김은혜 후보가 국민의힘 시장·군수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은 지역은 안성시·이천시·평택시·포천시·연천군·양평군·가평군에 그쳤다.

선거에 앞서 김동연·김은혜 양 후보 캠프는 ‘투표율’이라는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경기도는 20대 대선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득표율 50.94%로 국민의힘 윤석열 당시 후보를 5.32%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그러나 투표율이 낮을 경우 이 같은 ‘야당 우위’는 상당 부분 희석될 것으로 여겨졌다. 민주당에 우호적인 30·40대 인구일수록 지방선거 투표 성향이 낮기 때문이다.

20대 대선 당시 76.7%였던 경기도 투표율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50.6%로 뚝 떨어졌다. 과천시(65.4%), 성남시 분당구(62%), 용인시 수지구(58.6%)처럼 주택 가격이 비싸고 김은혜 후보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의 투표율은 경기도 전체 평균 투표율을 상회했다. 아무리 대선에서 경기도가 현 야당에 호의적이었다 하더라도, 김동연 당선자에게 유리한 표밭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인물 경쟁력에서 김은혜 후보의 약점이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선거 기간 내내 주목받은 김은혜 후보의 과거 비위 논란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는다. KT 전무로 재직하던 2012년, ‘남편 친척 채용 청탁 의혹’이 대표적이다. 김은혜 후보 측은 해당 인사가 최종적으로 채용되지 않았다며 “최종적으로 불합격 처리됐으니 부정한 청탁은 아니다”라고 방어했다. 검찰로부터 기소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선거에서는 악영향이 불가피했다.

1기 신도시의 표심이 향한 곳

여기에 재산 허위 신고 문제, 자녀의 고액 해외 유학 논란도 겹쳤다. 5월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김은혜 후보의 재산 신고에 대해 배우자의 부동산·증권 등 총 16억여 원을 과소 신고했다고 발표했다. 김은혜 후보 측은 실무자의 착오로 인해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으나 선거 막판 야당의 공세가 격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선거 과정에서 ‘경기맘’을 자처했으나, 자녀가 미국 소재 고액 기숙학교에서 유학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구설을 겪기도 했다. 김동연 캠프는 관련 이슈를 선거전의 소재로 사용했고, 선거 막판에는 상호 고발전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경기도지사 선거가 거대 양당 대결의 최전선이라는 점도 김동연 후보에게 조금이나마 이점으로 작용했다. 비판적 지지층 또는 중도층 사이에서 경기도지사 선거만은 대통령과 여당을 적절히 견제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표심이 두드러진 곳이 1기 신도시 지역이다. 1기 신도시 권역에 해당하는 부천시, 성남시 분당구, 고양시 일산동구·서구, 군포시, 안양시 동안구는 모두 국민의힘 기초자치단체장 후보의 득표수보다 김은혜 후보의 득표수가 더 적었다. 김동연 당선자는 지속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1기 신도시 재건축 지원 공약이 흐지부지해지고 있다며 김은혜 후보를 공격했다. 양 후보 모두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지원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상대적으로 여당인 김은혜 후보가 수세에 몰리기 더 쉬운 구도였다.

6월2일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 지사 후보가 개표상황실을 방문해 낙선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은혜 후보는 경선 과정부터 ‘윤석열의 사람’임을 강조했다. 유세 현장에서도 철도 노선이나 각종 개발 공약에 대해 “대통령, 국토교통부 장관과 직접 논의할 수 있는 여당 후보를 뽑아달라(5월30일 남양주 유세)”고 강조했다. 그러나 ‘핵관(핵심 관계자)’임을 강조한 선거 캠페인은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반면 김동연 당선자는 ‘이재명의 후광’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음에도 ‘당선’이라는 결과를 얻어냈다. 당초 김동연 캠프는 이재명 상임고문의 적극적 지원을 바탕으로 지지층의 투표율을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고문이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경기도 선거에 대한 지원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투표율 역시 직전 선거인 2018년 투표율(경기도 57.8%)에 비해 7.2%포인트 낮았다. 여러 악재가 겹쳤음에도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낸 셈이다.

민주당에 경기도는 이제 ‘최후의 보루’다. 서울·인천, 충남·충북·세종, 강원,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광역자치단체장을 모두 놓쳤다. 호남과 제주 이외에 유일하게 광역자치단체장을 수성한 곳이 경기도다. 민주당으로서는 서울과는 다른 경기도 유권자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커졌다. 역전극을 만들어낸 김동연 당선자 역시 단번에 야권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다지게 되었다. 민심은 민주당에 ‘전멸’ 대신 ‘참패’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최소한의 정치적 기반이 될 경기도를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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