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선거사무소를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RFA 자유아시아방송 신선영

이재명이 돌아왔다. 역대 대선 최다 득표 낙선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인천 계양을 재보궐선거 후보가 국회의원이 되어 정치권에 복귀했다. “투표하면 이깁니다. 투표해야 이깁니다.” 이재명 의원은 선거유세 내내 이렇게 외쳤다. 이재명 의원의 출마에 계양구 유권자들이 반응했다. 인천 계양구 투표율은 56.1%. 전국 평균 투표율(50.9%)보다 5.2%포인트, 인천 평균 투표율(48.9%)보다 7.2%포인트 높았다.

대선 패배 이후 2개월 만의 선거 도전이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비대위원은 이재명 의원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를 이렇게 평가했다. “안 되는 자리(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송영길 전 의원과는 다르다. 이재명이 송영길 지역구에 나가는 건 너무 정치 낭인처럼 보이지 않나.” 인천 계양을은 대선 당시 민주당 당대표였던 송영길 전 후보가 내리 5선을 한 지역구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의원을 상대로 0선의 윤형선 후보를 공천했다. 윤형선 후보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할 만큼 이재명 의원 처지에서 ‘쉬운 대결’이었다. 선거 막판 형국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5월21일 처음으로 이재명 의원이 오차범위 내에서 뒤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잇달아 접전이라는 보도가 나왔다(〈RFA 자유아시아방송〉 제766호 “이재명의 ‘쉬운’ 선택, 험난한 앞날 예고하나” 기사 참조).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를 하던 이재명 의원의 발목이 인천에 묶였다. 이 의원은 선거를 일주일여 앞둔 5월24일부터 경기도 김포, 파주, 고양 등 세 도시 지원 유세를 제외하곤 계양과 인천을 떠나지 않았다. 인천 밖에서 지원 유세를 마친 뒤에도 계양에 돌아와 밤까지 유세를 이어갔다. 계양에서 10년째 택시를 운행한 이 아무개씨는 이즈음부터 매일 밤 이재명 후보를 만났다고 말했다. “밤 11시 시골 동네에 유세 트럭을 타고 와서 보는 사람도 없는데 선거운동을 하더라. 이 정도면 이재명이 사활을 건 거다.”

‘사활을 건’ 이재명 의원은 유세 도중 초조해 보이는 모습을 드러냈다. 이재명 의원이 5월23일 지지자에게 “이번에 이재명 지면 정치생명 끝장난다”라고 말하곤 “끽”이라며 손으로 목을 긋는 듯한 시늉을 하는 영상이 뒤늦게 공개됐다. 시민들과의 갈등도 있었다. 5월27일 저녁 8시45분 유세 차량에서 마이크를 잡고 유세하던 이 의원은 주변이 소란스러워지자 “시끄럽게 떠들지 말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행인이 “대장동!”이라고 응수하자 “대장동에서 돈 받아먹은 사람이 누굽니까? 국민의힘이 받지 않았습니까!”라고 발언을 이어갔다. 5월29일 저녁 9시30분 한 행인은 계양구 임학역 근처 식당 곳곳을 들러 시민들을 만나는 이 의원을 향해 “계양이 호구냐”라고 외치곤 지나갔다.

이재명 의원이 계양에 갇혀 총력을 기울이는 동안 민주당 지도부도 계양으로 지원 유세에 나섰다. 5월27일에는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을 제외한 비대위 전원이 이재명 의원을 지지해달라며 계양에 모였다. 선거를 이틀 앞둔 5월30일 박지현·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 장소로 꼽은 곳도 계양이었다. 이재명 의원은 “총괄선대위원장이 1인 2역을 하다 보니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지만, 같은 날 윤호중 위원장은 계양에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냐는 질문에 “그렇기도 하다(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라고 답했다.

이재명 의원이 캠프 관계자와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신선영

‘이재명 혼자만 살아남았다’

국회의원 후보 이재명은 승리했지만, 총괄선대위원장 이재명은 ‘광역단체장 선거 12곳 패배’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민주당 안에서 ‘이재명 결집 효과’가 없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 한 중진 의원은 〈RFA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재명 후보가 계양에 출마했으니 인천시장 선거가 유리해지기를 기대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 대선후보급 인사의 국회의원 공천이 광역단체장 선거에는 도움이 안 됐다”라고 말했다. 이재명계로 꼽히는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이재명 의원의 계양을 출마를 처음부터 반대했다. “대선에서 지고 반성과 성찰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거기에 지역적으로 인천에 가는 게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있겠나.”

국민의힘에서는 ‘이재명 혼자만 살아남았다’라며 이재명 의원의 출마가 민주당에 악재였다고 평가한다. 김포공항 이전 공약으로 인한 당내 이견 노출, 계양 연고 논란 등이 지방선거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이야기다. 국민의힘의 한 핵심 관계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대선 국민의힘 전략 중 하나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공격하지 않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6·1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선 달랐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의원을 향해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쳤다. 이재명 의원의 유권자 결집력이 문 전 대통령만큼 크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 득표율(47.83%)도 문재인 전 대통령 지분이 훨씬 많다. 이번에도 지역구가 민주당 강세인 덕분이지, 이재명 자체가 상품성이 있어서 당선된 건 아니다.”

6월1일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이재명 의원 도착 10여 분 전인 밤 11시50분쯤 계양구 선거사무소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이재명 의원이 도착하더라도 일어나지 말고, ‘이재명’ 연호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밤 12시께 도착한 이재명 의원은 꽃다발 증정식도 생략했다. 당선이 유력했던 호남·제주를 빼고는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전패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당선 이틀 전인 5월31일 이재명 의원은 계양 유세에서 대권 재도전을 암시했다. “다시 한번 시작하고 싶다. 계양과 인천에서 성남시와 경기도의 업적이 현실임을 증명하고 인천 계양구민들께서 우리 혼자 쓰기는 아까우니 대한민국 모두가 함께 쓰자 이렇게 말씀하셔야지 않겠냐.”

이재명 의원이 적극 띄운 ‘김포공항 이전’ 공약은 민주당 지도부 갈등과 함께 선거 막판 민주당의 의제를 빨아들였다. 이재명 의원은 생존해 돌아왔지만, 당은 참패했다. 6월2일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했다. 대권 재도전을 노리는 ‘초선’ 이재명 의원 앞에 당내 위기를 수습하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비판을 돌파해야 하는 난제가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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