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조남진

윤석열은 최초의 서울대 법대 출신 대통령이다. 서울대 의대 출신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로 대통령이 되었다. “소수의 엘리트가 세상을 바꾼다”라고 말했던 여당 대표 이준석은 과학고와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다. 〈한겨레21〉이 윤석열 정부의 장차관과 대통령실 비서관급 인사를 분석한 결과 이른바 ‘스카이(SKY)’ 대학 출신이 67%였다(문재인 정부는 59%). 놀라운 이야기는 아니다. 정권이 바뀌었을 뿐 명문대 출신이 권력을 독차지하는 현상은 다르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 학벌은 신화가 아니다. 의심할 수 없는 ‘팩트’에 가깝다. 오랜 세월 우리는 학벌사회의 폐해를 말하면서도, 동시에 좋은 학교를 나온 사람이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현실을 목격해왔다. 학벌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켜켜이 쌓인 경험치 앞에서 공허했다. 고위 공직자 자녀들의 스펙 취득 논란에서 보듯 진보든 보수든 모두 학벌사회라는 성을 더 높이 쌓아올리고 있다.

학벌사회는 왜 문제인가? 청소년기의 노력과 선택이 나머지 ‘인생 전체’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2007년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유명한 말을 남겼다. “한국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교육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학생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15년 전 토플러의 지적을 흘려들은 우리는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은 보이지 않는데 아이들의 입시 경쟁만 더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에 주목받은 〈한국의 능력주의〉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 〈대치동〉 〈시험능력주의〉 같은 책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한결같다. 학벌이 개인의 삶 전체를 규정하는 불평등 구조를 깨야 한다는 점이다.

‘교육의봄’은 2020년 10월 만들어진 신생 단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12년 동안 이끌었던 송인수, 윤지희 두 사람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후배 활동가에게 맡기고 새롭게 만들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학생과 부모의 과도한 학습 및 사교육비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면, 교육의봄은 좀 더 본질적인 운동에 나섰다. 학벌사회의 근원에 ‘취업’이 있다고 보고, 기업의 채용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교육의봄은 출범하자마자 혼란(?)에 빠졌다. 이미 세상이 바뀌고 있었다. 교육의봄이 추구하려는 ‘학벌을 보지 않는 채용 문화’가 기업에 급속도로 번지고 있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심정으로 기업의 채용 문화를 바꿔보려 했는데, 바위에 이미 균열이 가고 있었다. 교육계만 이를 모르고 있었다. 교육의봄은 노선을 틀어야 했다. 변화하는 현실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플랫폼’이 되기로 하고, 교육과 취업의 새 길을 모색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시사IN〉은 교육의봄과 함께 변화의 단면을 짚어보기로 했다. 이번 호에서 우선 기업의 채용 흐름을 살피고, 다음 호부터 사교육 시장의 변화(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 기업의 채용 문화(이소영 마이크로소프트 이사), 그리고 지금 우리들의 직업관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를 살피는 강연을 연속해서 싣는다.

자, 지금 기업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미래산업의 핵심인 IT 기업의 채용 방식부터 보자. 카카오는 개발자 채용 시 1차 서류 전형에서 딱 ‘네 줄’만 적는다.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지원 부서다. 출신 학교, 학점, 영어 점수, 자격증 따위는 필요 없다. 카카오 입사 지원은 ‘10초면 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신 1, 2차에 걸쳐 코딩 테스트를 받는다. 단순 풀이보다는, 나중에 실제로 닥칠 개발 환경에서 해결 능력이 있는지를 중점으로 본다.

2021년 5월2일 대구 엑스코에서 치러진 ‘대구도시철도공사 신입사원 채용’ 필기시험장의 모습.ⓒ연합뉴스

코딩 테스트를 통과한 이들을 대상으로 경력 정보와 자기소개서를 받는다. 여기에도 학교 정보는 필요 없다. 경력 정보에는 학교(신입) 또는 직장(경력)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해봤는지, 자기소개 항목에는 어떤 직무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서술하면 된다. 그러다 보니 예상치 못한 일도 일어난다. 최종 합격자에게 인사 시스템 등록용으로 나중에 따로 학교 정보를 받는데, 한 합격자가 겨우 대학 2학년생이었다. 그는 학교를 자퇴하면서까지 입사를 원했고, 최종 채용됐다.

개발자가 아닌 기획자를 뽑는 경우는 어떨까. 개발자처럼 완전한 블라인드 채용은 아니다. 그런데 학력 기재는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인턴십이나 수시 경력 채용에서도 학력은 필수가 아니다. 지원자의 30% 정도는 출신 학교를 기재하지 않는다. 대신 A4 한 장 분량의 기획안을 받는다. “카카오가 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서비스 기획안을 제출하세요” 같은 내용이다. 이 한 장짜리 기획안이 채용의 당락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이 기획안을 평가하는 심사자들에게 지원자의 학력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 사실상 ‘절반의 블라인드 채용’인 셈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직무능력을 최우선으로 평가하는 것은 옳지만, 기왕이면 스펙 좋은 사람을 뽑는 편이 회사로서도 ‘현실적인’ 이익이 아닐까. 카카오 인재영입팀 이진원 이사는 이렇게 말한다. “언젠가 서울대 출신 지원자들이 왜 학력을 기재하지 못하게 하는지 물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에 갔고, 그것이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인데 억울하다고 했다. 나는 좋은 대학에 간 것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물은 맞지만 회사에서 일을 잘하는 능력과는 다르다고 답했다.” 이진원 이사는 이렇게 덧붙인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이런 채용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우수한 인재를 영입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그 결과물이 지금의 블라인드 채용이다.”

최근 1~2년 사이 학벌사회의 불평등 구조에 주목한 도서가 여러 권 출간됐다.ⓒ시사IN 이명익

이런 변화는 ‘코딩’이라는 특수한 직무능력 평가도구가 있는 IT 기업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까. 취업 준비생들이 대기업 이상으로 선호하는 공기업의 실태를 보자. 대표적인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에 250명을 채용했는데 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언론은 공기업 채용 때마다 높은 경쟁률로 인해 ‘고스펙자도 줄줄이 탈락’ 따위 제목을 단 기사를 쏟아낸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률은 고임금과 복지 혜택 때문만은 아니다. 블라인드 채용도 한몫했다.

어떻게 적격자를 뽑는가

공기업 채용 현황은 2017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전국 350여 개 공공기관과 공기업에 전면 도입했다. 국가직과 지방직 공무원 원서의 학력란은 이미 2005년 참여정부 때 사라졌다. 여기에는 확고한 철학이 있었다. 출신 학교, 성별, 연령, 종교 등이 적합한 인물을 뽑는 데 편견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이력서에 학력, 출신지는 물론이고 사진도 필요 없다. 한 공공기관에서는 외모에 의한 차별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스크린을 쳐놓고 면접을 진행했을 정도다.

이렇다 보니 문재인 정부 이후 공공기관 채용 규모를 늘린 것과 맞물려 공기업 입사 지원자가 늘었다. 공기업 채용 전문 컨설팅 기관인 ‘겟잡컨설팅’ 박규현 대표는 “블라인드 채용으로 학교가 안 좋아도, 학점과 토익 점수가 낮아도, 나이가 많아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많은 구직자들이 공기업 취업 경쟁에 나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스펙자가 줄줄이 탈락하는 게 아니라, 애초부터 고스펙자가 주목받지 못하는 구조인 셈이다.

그럼 어떻게 적격자를 뽑는가. NCS(National Competence Standards·국가직무능력표준) 시스템이라는 게 있다. 필기시험부터 면접까지, 직무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표준화한 것이다. 회계관리, 문화콘텐츠 기획, e-비즈니스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직업기초 능력과 직무수행능력을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말하자면 ‘공공기관용 수능시험’이다.

가령 출판의 경우 기본적인 맞춤법부터 해외 원고 계약 관련 사항을 평가하고, e-비즈니스의 경우 배송 불만 응대, 웹사이트 관리 등에 관한 사항을 평가한다. 실제 직무 역량 평가척도로 유용한지 여전히 논란이 일지만 학벌·스펙의 대체재로 기능하는 것만은 엄연한 사실이다. NCS를 바탕으로 공기업마다 필기, 면접 등을 변주해서 채용 공고를 낸다.

예컨대 발전 공기업인 남부발전의 입사 전형은 이렇다. 우선 서류 전형의 핵심은 직무능력을 중심으로 한 자기소개서다. 심사위원회가 자기소개서를 평가해 최종 합격자의 30배수를 뽑는다. 필기 전형은 NCS(100점), 전공 분야 기초 지식(100점), 한국사(25점), 영어(25점) 등으로 이뤄진다. 면접에도 NCS와 블라인드 제도를 반영하는데, 발표·토론·실무 면접(1차 면접), 인성 및 직무적합성 평가(2차 면접)로 진행된다. 면접에는 여성 심사위원을 과반수로 참여시키고 있다.

지난 2월 교육의봄은 ‘학벌·스펙과 업무 성과의 관계’를 살펴보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교육의봄 제공

흥미로운 점은 ‘보듬 채용’이라 부르는 탈락자 배려 시스템이다. 필기 및 면접에서 탈락한 이들에게 강약점 분석 보고서를 전달한다. 보고서에는 합격자와의 점수 비교, 보완점 등에 대한 코멘트가 들어간다. 남부발전이 참여하는 채용박람회에 이 보고서를 지참하면 최근 2년 내 입사한 직원으로부터 개인별 맞춤형 입사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이 보듬 채용의 결과 임산부와 50대 신입사원이 입사하기도 했다.

2019년 노동연구원은 ‘공정 채용의 현실과 개선방안’이라는 연구 자료에서 225개 공공기관 채용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블라인드 채용을 통한 입사자의 직무 역량을 과거 입사자와 비교해 물어본 결과 ‘비슷하다(58.4%)’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예전보다 높은 편이거나 확연히 높다(28.2%)’가 그 뒤를 이었다. 직무 역량이 낮은 편이거나 확연히 낮다고 답한 이는 13.3%였다. 또 블라인드 채용이 공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도가 높거나 매우 높다’라는 응답이 62.7%로, ‘낮거나 매우 낮다(6.3%)’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국내 외국계 기업은 2019년 기준 1만4300여 개다. 국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나 된다. 공기업의 고용 비중이 9%임을 감안하면 채용시장에서 위상이 결코 낮지 않다. 특히 명품, 소비재 기업이 아닌 제조업 기반 외국계 기업은 인지도가 떨어져 채용시장에서 인기가 높지 않다. 워런 버핏이 100% 지분을 가진 ‘대구텍’, 영국의 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인 ‘아비바’ 등은 국내에 덜 알려졌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다.

외국계 기업이 학벌을 참고사항으로만 여길 뿐 중시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이미 널리 퍼졌다. 그런데 왜 그럴까?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토드 로즈는 뇌과학과 교육을 접목하는 교육신경과학 분야의 권위자다.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성적 부진으로 고교를 중퇴하고 뒤늦게 공부해 대학 교수가 된 그는 〈평균의 종말〉이라는 저서에서 구글 채용 담당자와 나눈 대화를 소개한다.

구글 채용 담당자인 칼라일은 각 프로젝트 팀장들이 입사 지원자의 학력 등 일반적인 스펙보다 프로그램 경진대회 수상 여부나 취미활동 등 다양한 정보를 요구하는 것에 의구심을 느꼈다. 그래서 칼라일은 시험 점수, 학위, 학점 등 300가지에 달하는 스펙을 목록화했다. 그리고 이들 스펙이 업무에 적합한 직원을 판단하는 데 얼마나 유용한지 검증했다. 그리고 이렇게 평가했다.

‘SAT(미국식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와 출신 학교의 명성은 재능을 미리 예견케 해주는 지표가 되지 못했다. 프로그래밍 경진대회 우승 역시 마찬가지였다. 학점은 어느 정도 중요한 지표였으나 졸업 후 3년 동안만 그러했다. 어떤 입사 지원자든 졸업 후 3년이면 시험 성적은 무용지물이었다.’

구글 채용 담당자의 ‘실험’은 오래전 논문으로도 입증됐다. 1998년 프랭크 슈미트 아이오와 대학 교수와 존 헌터 미시간 주립대학 교수는 ‘인사심리학의 선발 방식에 따른 타당성과 유용성’이라는 논문에서 학력과 구직자의 실력 간 상관관계가 0.1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0.5 이상이면 강한 상관관계, 0은 상관관계가 없음을 뜻한다. 노동자 3만2000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이 논문에서 가장 유용한 요소는 채용 후 맡길 일을 미리 시켜보는 ‘작업 테스트’였다. 0.54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5월12일 마이다스아이티의 이형우 회장이 교육의봄 연속 강연 ‘학벌 없는 채용의 시대가 온다’에서 AI 기반 역량검사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시사IN 이명익

국내에도 비슷한 연구가 있다. 지난 2월 교육의봄은 ‘학벌·스펙과 업무 성과의 관계’를 살펴보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LG 마그나 인사팀 반준석 책임연구원은 대기업인 A사의 연구개발 분야 신입사원 79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상자의 출신 학교를 1군(수능배치표 기준 상위권 1~5위 대학), 2군(6~20위 대학), 3군(21~100위 대학)으로 나눠 상급자들이 작성한 KPI(핵심성과지표) 5년 치와 비교했다. 이 연구의 가설은 ‘학력이 좋을수록 업무 성과가 좋을 것이다’였다.

결과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출신 대학과 업무 성과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둘째, (통계적으로는 의미가 없지만) 입사 후 3~4년까지는 상위권 학교 출신의 업무 성과가 높았는데 그 뒤로는 오히려 역전됐다. 셋째, 졸업 평점·토익 성적으로도 비교해봤는데, 이 역시 상관관계가 거의 없었다.

이 연구의 한계는 있다. 한 대기업의 연구개발 분야 직군에 한정됐다는 점, KPI에 인사 담당자의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이다. 그럼에도 국내 연구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임에는 틀림없다. 반준석 연구원은 “논문 작성 시기가 2014년이지만, 지금 시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교육의봄 홈페이지(bombombom.org)를 참조하면 된다.

‘학벌사회로는 미래 없다’ 판단한 기업들

학력이 무의미하다면, 업무 역량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마이다스아이티’라는 기업이 있다. 건설 설계 소프트웨어 점유율 40%를 차지하는 세계 1위 업체다. 호텔식 뷔페 식사를 제공하는 등 뛰어난 사원 복지로 잘 알려진 이 회사는 새로운 인재 채용 방식을 퍼뜨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자회사 ‘마이다스인’을 통해 인공지능(AI) 기반의 역량검사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학벌·스펙이나 주먹구구식 면접으로는 우수한 인재를 뽑을 수 없다는 고충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2018년에는 AI 역량검사 프로그램 ‘인에어(inAIR)’를, 2020년에는 온라인 채용 솔루션인 ‘잡플렉스(JOBFLEX)’를 출시했다.

AI 역량검사는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역량을 긍정성·적극성·전략성·성실성으로 보고 이를 신경과학과 생물학에 기반해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게임, 인성검사, 특수상황 대처에 대한 질문을 활용한다. MBTI 검사 또는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밸런스 게임 같은 문항도 있다. 낯설고 어색하지만 지난해 600여 개 기업이 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유튜브에서 이런 AI 역량검사를 해설하는 영상이 인기를 끌 정도다. 마이다스아이티 최원호 이사는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해 채용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인공지능이 집약한 정보를 토대로 사람이 직접 면접을 통해 최종 결정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IT 기업은 이미 AI 채용을 현실화했다. 올해 초 매각하기는 했지만, IBM은 왓슨이라는 AI로 지원자의 경력, 교육 현황 등을 분석해 인재를 추천해왔다. 구글은 큐브로이드라는 AI 로봇이 지원서를 분석해 면접관에게 질문 리스트를 제공한다.

AI 채용 기술이 학벌사회를 무너뜨리는 핵심 도구가 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AI가 완벽해진다 해도 근원적으로는 ‘기업형 인간’을 양성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떨칠 수 없다. 어찌 보면 씁쓸한 일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우리 사회가 뒷짐 지고 있는 동안 ‘학벌사회로는 미래가 없다’라는 판단을 기업이 먼저 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이런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고 대비하는 것 또한 미래세대에 대한 공동체의 의무다. 새 정부의 교육부 수장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교육감들이 반드시 새겨야 할 현실이다. 질곡의 학벌사회, 바꾼 것은 아니지만 바뀌고 있다.

참고한 자료:〈채용이 바뀐다, 교육이 바뀐다〉(김현빈 외, 우리학교), 〈학벌·스펙과 업무 성과의 관계를 살펴본다〉(교육의봄), ‘공정 채용의 현실과 개선방안’(노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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