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뒤바뀐 삶, 설명서는 없음
게일 콜드웰 지음, 이윤정 옮김, 김영사 펴냄

“어느 저녁엔가는 손으로 벽을 짚고 서서 큰 소리로 ‘할 수 있어’라고 혼잣말했다.”

혼잣말은 때로 내가 나를 돌보는 법이 된다. 생각이나 마음이 몸을 입어 목소리가 될 때 감정 역시 다른 차원으로 진입한다. 인생이 한 번뿐이라는 말은 꽤 식상하지만 어쩔 수 없는 진실이라서 우리는 자주 시행착오를 겪는다. 읽는 이의 삶이 어느 지점을 통과하고 있느냐에 따라 매번 새롭게 읽힐 이야기가 도착했다. 자신의 삶을 낱낱이 세어 들려주는 글을 따라 읽다 보면 ‘인생 설명서’란 따로 필요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우리는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조심하면서도 서로를 향해 자신을 내던져야 한다”라고 주문한다. 나를 믿되, 나를 도와줄 타인을 믿는 일이야말로 삶의 정수일지도 모른다.

 

 

 

 

 

크게 그린 사람
은유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삶에 대한 질문을 비축해두어야 내가 덜 불행하고 남을 덜 괴롭히게 된다.”

어떤 마음은 말하고서야 겨우 알아채기도 한다. 좋은 질문을 받으면 깨달음이 함께 온다. 질문과 답변 수준은 인터뷰어의 성실성에 빚지고 있다. 그래서 인터뷰야말로 가장 어려운 ‘장르’가 된다. 특히 그 인터뷰의 목표가 “안 보이던 사람을 보이게 하고 잘 보이던 사람을 낯설게 하는” 것이라면 어떨까. 상대와 마주앉은 잠깐의 시간을 위해 인터뷰어가 보낸 시간과 노동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 책은 그 시간의 결과물이다. 인터뷰이의 말과 삶을 정성껏 포개 쌓아올린 글을 읽는 즐거움은 덤이다. 사람을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내 삶을 겹쳐보고 타인의 사정을 헤아리는 동안 이해의 지평도 넓어진다.

 

 

 

 

 

웰컴 투 어피티 제너레이션 2022
박진영·김정인 지음, 어피티 펴냄

“우리가 어피티를 만든 이유가 뭐지?”

2018년 7월 ‘일하는 여성이 10년 뒤에도 더 나은 10년 뒤를 기대하도록 만드는 것’을 비전 삼아 ‘어피티’라는 매체가 창간되었다. ‘MZ 세대를 위한 경제생활 미디어’로 요약되는 어피티의 경제·금융 뉴스를 매일 받아보는 구독자가 2022년 1월 기준 22만명이다. 어피티를 이끄는 두 저자가 키워드 10개로 밀레니얼과 ‘어피티 제너레이션’을 정의하고 요약한다. 이들은 일상에서 소비와 지출을 줄여 종잣돈을 모으려고 노력하지만 팬데믹으로 어쩔 수 없이 배달 서비스를 자주 사용하고, 이런 지출을 줄이고 싶으나 그게 어려우면 투자라도 하려는 악착같은 세대다. 무엇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이는 사람들이라고.  

 

 

 

 

 

가난의 도시
최인기 지음, 나름북스 펴냄

“반죽이며 팔다 남은 붕어빵이 길바닥에 흩어졌어요.”

노점상이라는 단어를 뜯어보면 그 의미가 새삼 묘하다. ‘길 로(路)’가 아닌 ‘이슬 로(露)’다. 이슬을 맞으며 고달프게 장사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이들의 고달픈 삶은 현재진행형이다. 코로나19로 ‘노점상 재난지원금’이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정부가 지원 대상으로 삼은 노점상은 ‘점포 임차료와 도로점용료를 내는 사람’이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 기준을 두고 혹자는 ‘노점상에 대한 몰이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 책은 청결과 위생, 질서라는 이름으로 지워지곤 했던 길 위의 이슬들, 그 역사와 삶에 주목한다. 인천, 대전, 거제도를 두루 다니며 노점 상인들의 삶을 채집한 저자의 노력이 애틋하다.

 

 

 

 

 

누가 도시를 통치하는가
신혜란 지음, 이매진 펴냄

“도시 정치는 도시의 꼴과 틀을 형성하는 핵심이다.”

쉽사리 정체를 짐작하기 어려운 책이다. ‘도시 정치’라는 표현부터 그렇다. 국가보다 작은 단위의 행정구역에서 이루어지는 통치나 의사결정은 으레 ‘지방자치’라고 일컬어지기 마련이다.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도시 정치’라는 프레임으로 다른 곳도 아닌 ‘광주’를 들여다본다. 5·18이라는 역사적 기억과 광주비엔날레는 주요 키워드이다. 왜 도시를 무대로 ‘정치’를 논해야 할까. 현대 도시는 그 공간을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만들려는 다양한 욕망들이 충돌하고 교차하는 장소이다. 누군가는 ‘복합 쇼핑몰이 있는’ 도시를 바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본의 논리에서 자유로운 도시를 꿈꾼다.

 

 

 

 

 

여자에게도 최고의 의학이 필요하다
앨리슨 맥그리거 지음, 김승욱 옮김, 지식서가 펴냄

“여성들이 느끼는 증상은 ‘그냥 상상’이 아니다.”

성별에 따라 질병의 양상이나 예후가 다르다. 이 차이를 연구하는 학문이 있다. 성차의학(性差醫學)이다. 이 책을 쓴 앨리슨 맥그리거는 성차의학을 연구하는 의사이자 대학에서 ‘성차 응급의학’을 가르치는 교수다. 여성과 남성이 그렇게 다르냐고? 그렇다. 예를 들면 남성의 혈관은 혈전으로 막혀서 터질 수 있지만 여성의 혈관은 혈전이 녹아 들어가 뻣뻣하게 굳는다. 당연히 예방적 치료, 응급치료, 약물처방, 통증관리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전히 의료 현장에서는 이런 차이가 간과되곤 한다. 저자는 말한다.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여성들이 긍정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스스로 일으켜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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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마음 첫 다짐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