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경 사진작가가 스스로 꼽은 단 한 장의 사진. 빛샘 현상으로 오른쪽이 붉게 번져 있다.ⓒ곽동경 제공

한 사진작가에게 물었다. 당신의 사진 중 단 한 장을 골라야 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하겠느냐고. 답을 얻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바로 그 사진을 여기 소개한다.

별도의 제목은 있지 않다. 다만 2020년 경기도 연천군 한탄교에서 찍었다는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다리 아래 사람들 몇 명이 보이고 뜰채로 낚시를 하는 아이가 있다. 사진 오른쪽은 붉게 색이 번져 있다. 물어보니 빛샘 현상이라고 한다. 빛샘 현상은 필름에 일정량 이상의 강한 빛이 한 번에 새어 들어와서 화상이 흐려진 것을 말한다. 종종 의도적으로 빛샘 현상이 나타나도록 사진을 찍는 경우도 있지만 이 사진에서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다. 말하자면 실수다. 실수로 빛샘 현상이 생겼으니 작가의 의도가 들어간 사진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대단히 특별한 대상을 찍었다고도 보이지 않는다. 딱히 아름답다고도 말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왜 그는 이 사진을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선택했을까? 그는 자신이 주로 사진에 드러난 대상의 존재를 근거로 사진의 내러티브를 이어가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사진에 사실과 객관이 담겨 있기를, 그래서 특히 작가인 자신이 말하기보다 사진에서의 대상이 말하기를 기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 실린 이 사진은 딱히 무언가를 말하지 않는다. 이 사진을 촬영할 당시 어떤 대상이나 구도와 같은 특정한 무엇을 찍었던 것이 아니라고 한다. 다만 어떤 느낌을 포착하기 위해 오랜 시간 멍하게 서 있었다고 전했다. 그래서 무얼 찍었느냐고 묻는다면 “아무것도 찍지 않았다”라고 답하겠다고 했다.

사진, 즉 어떤 이미지는 우리에게 말을 하기도, 말을 걸기도 한다. 이미지에 우리의 말을 눌러 담을 때도 있다. 이미지가 사실과 객관을 대신 말하길 기대할 때도 있다. 이럴 때 이미지는 힘을 부린다. 반대로 일상 속 장면을 인위적으로 연출하지 않고 빠르게 담는 스냅사진처럼 이미지의 힘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SNS에서 접하는 무수한 이미지는 의도적으로 힘을 부리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사실 이 모두가 힘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의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찍지 않았다는 말과 이 사진은 실제로 그랬다기보다 어떤 ‘태도’에 가깝다.

단 한 장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시선의 자리를 궁리했다. 돌이켜보니 그 과정은 이미지의 힘에 기대고 있었다. 울림이, 각성이, 교훈이, 시사가 곁들기도 했다. 이미지와 글을 교묘히 엮었다. 그러나 이미지에 무언가 깃들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다. 우리의 시선은 많은 것들 사이를 흐른다. 잡아채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때로 피로한 일이기도 하다. 시선의 자리를 좀 더 자연스럽게, 좀 더 자유롭게 두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찍지 않았다는, 또 찍지 않겠다는 태도는 우리에게 축적된 피로를 푸는 약이자 독, 즉 파르마콘과 같다. 그간 이미지를 둘러싸고 음영이 있음을 말하기 위해 이미지를 가져왔다. 근래 해방이 화두인데 이미지도, 또 시선의 자리도 그런 의미에서 해방이 필요하다.

※이번 호로 ‘시선의 자리’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수고해주신 필자와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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