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운영하는 기업가이자 트위터 중독자 일론 머스크. ⓒAP Photo

일론 머스크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다. 전기차 회사 ‘테슬라’와 우주선 회사 ‘스페이스X’를 동시에 운영하는 기업가다. 팔로어가 9500만명이 넘는 트위터 중독자이기도 하다. 그의 트윗 하나에 주가나 코인이 폭등하거나 폭락한다. 수많은 투자자들을 팬으로 거느린 그는 “현대 자본주의의 우상”이라 할 만하다(〈이코노미스트〉). 그런 그가 또 다른 논쟁의 중심에 섰다. 다름 아닌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다.

머스크는 지난 4월21일(현지 시각) 440억 달러(약 55조원)에 트위터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가, 한 달도 되지 않은 5월13일 갑자기 “일시적으로 보류됐다”라고 트위터에 선언했다. ‘봇(스팸 발송용 자동 프로그램 계정)’ 수가 전체의 5% 미만이라는 트위터 측의 설명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도 두 시간 뒤 “여전히 인수에 전념하고 있다”라고 ‘트윗’했다. 이에 파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CEO가 가짜 계정이 몇 개인지 정확히 추산하기 어려운 이유를 트윗으로 설명하자, 머스크는 ‘똥’ 모양의 이모티콘을 날렸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발표 이후 테슬라 주가는 거의 30% 하락했다. 트위터 인수가 머스크의 주의를 분산시킨다는 우려, 중국 공장의 생산 차질, 기술주 하락세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트위터의 주가는 37달러 수준으로,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는 대가로 지불하기로 한 주당 54.20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그는 재협상을 시사했다). 왜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려는지 이해하려면 이 독특한 기업가의 여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머스크는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북동부 대도시 프리토리아에서 태어났다. 열 살이 되기 전에 부모가 이혼했고, 어머니와 2년 살다가 이후 아버지와 지냈다. 학교에서는 괴롭힘을 당했다. 폭행을 당해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일로 코 성형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외로운 소년은 공상과학 소설과 백과사전, 컴퓨터를 좋아했다. “머스크는 10대 때 분리하기 힘들 정도로 머릿속에 공상과 현실이 혼재했고, 우주에서 맞이할 인류의 운명을 보호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했다(〈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머스크는 캐나다를 거쳐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경제학과 물리학을 공부했다. 스탠퍼드 대학 물리학과 대학원에 등록했다가 이틀 만에 자퇴하고, 기업에 지도 기반 검색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Zip2’를 1995년 창업했다. 1999년 Zip2를 컴팩이라는 회사에 3억700만 달러에 매각해 2200만 달러를 벌었고, 이를 온라인 결제 서비스 기업 페이팔에 전부 쏟아부었다. 2002년 이베이가 페이팔을 15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머스크는 이때 번 돈 중에서 1억 달러를 스페이스X에, 2004년에는 7000만 달러를 테슬라에 투자한다(그는 테슬라 설립자가 아니었으나 2008년 테슬라 CEO가 된다).

테슬라 이전에는 전기자동차의 성능에 대해 늘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었다. 테슬라 역시 2008년에는 파산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독일 다임러와 일본 도요타의 투자로 기회를 잡았다. 이어 2012년 ‘모델 S’, 2017년 ‘모델 3’를 내놓으며 반전에 성공했다. 2021년 포드와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 등 전통차 업체도 전기차에 미래를 걸고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머스크를 2021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며 “세계 자동차산업이 전기차로 향하는 역사적 전환에 방아쇠를 당겼다”라고 썼다. “경쟁사들의 의심과, 머스크의 회사를 수년 동안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던 곧 닥칠 붕괴에 대한 예측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는 전기차가 휘발유로 연료를 공급하는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트위터 로고를 바탕으로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계정이 스마트폰에 띄워져 있다. ⓒEPA

“내 최악의 비판자들도 남길 바란다”

머스크가 바꾼 것은 자동차산업만이 아니다. 그는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선 다른 행성, 구체적으로는 화성에서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믿어왔다. 그래서 2002년 우주선 회사 스페이스X를 차렸다. 사람이나 화물을 우주로 운반했다가 정확하게 지구 발사대로 되돌아올 수 있는 ‘재사용 로켓’을 시험하며 우주탐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게 목표다. 로켓 발사에 세 번 실패하고 망할 뻔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2008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으로부터 계약을 따냈다. 2020년, 스페이스X는 나사 우주비행사를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냈을 뿐 아니라 무사히 귀환시킨 첫 민간기업이 되었다. 앞으로 나사의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낼 계획이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그러했듯, 머스크는 이번 트위터 인수 역시 ‘인류를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는 듯하다. “내 강한 직관적인 감각은, 최대한으로 신뢰받고 광범위하게 포용적인 공적 플랫폼을 갖는 게 문명의 미래에 극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경제적인 문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4월 초 TED 콘퍼런스).” 머스크가 보기에, 지금의 트위터는 충분히 ‘포용적’이지 못하다. 예컨대 트위터는 코로나19나 선거와 관련된 허위 정보, 인종차별, 폭력을 선동하거나 퍼뜨리는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계정을 정지시켜왔다. 2021년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을 부추겼다는 이유로 트위터가 계정을 정지시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 사례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면 트럼프의 계정을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트위터 이용자는 인증을 거치게 하고 스팸 계정은 없앤다. 콘텐츠 배열을 결정하는 추천 알고리즘을 공개한다. 명백한 불법 콘텐츠나 계정이 아닌 한 삭제하지 않는다. “내 최악의 비판자들조차 트위터에 남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그것이 표현의 자유가 의미하는 바이기 때문이다(머스크).” 미국 보수정당인 공화당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일론 머스크가 다른 관점을 가진 이용자들을 검열해온 빅테크의 역사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마샤 블랙번 공화당 상원의원).”

그러나 미국 진보(리버럴) 세력은 우려를 표한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허위 정보나 인종차별, 폭력 선동 등이 넘쳐나게 되면, 상대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위협을 느끼고 침묵하게 되면서 그들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계획은 현 민주당 정부의 빅테크 규제 흐름과 배치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형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힘을 오랫동안 우려해왔다. 그들이 야기하는 해악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다. 국제기준과 충돌할 우려도 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소셜미디어 기업이 해로운 콘텐츠의 확산을 막지 않을 경우 수입의 6%까지 벌금을 물리는 내용의 ‘디지털 서비스법’에 합의했다.

머스크는 공화당원이 아니다. 그는 민주당과 공화당 정치인에게 모두 기부해왔다. 6시간을 기다려 악수할 만큼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이면서도 트럼프 정부의 기업 자문회의에도 참여했다. 이후 트럼프가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 데 항의하며 그만두었다. 최근에는 보수 쪽으로 돌아선 듯하다. 그는 민주당에 대해 “분열과 증오의 당이 되어 더 이상 지지할 수 없다. 공화당에 투표할 것이다”라고 트윗했다.

억만장자가 표현의 자유 신봉할 때

그의 정치 성향이 어떠하든, 그의 트윗 계정이 위험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2018년 6월 머스크는 동굴에 갇힌 태국(타이) 소년 축구팀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개발한 소형 잠수함을 현장에 보냈으나 사용되지 않았다. 당시 구조에 참여한 잠수사가 “실용성 없는 광고형 쇼”라고 비판하자 “페도 가이(소아성애자)”라고 트윗을 썼다가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 2018년 8월에는 “테슬라를 비상장회사로 만들겠다. 자금은 확보됐다”라고 트위터에 올려 테슬라 주가를 급등시켰으나 3주 만에 백지화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증권사기 혐의로 머스크를 고소했다.

머스크가 가진 부의 원천은 테슬라 주식이다. 머스크는 당초 이번 인수 비용 중 210억 달러는 테슬라 주식을 팔아서, 125억 달러는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충당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실현되지 않은 이익이라며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아 자산을 불리는 것은 과연 적절한지 논쟁이 일었다. 머스크 같은 억만장자들의 미실현 이익인 주식에도 과세하자는 ‘부유세’ 주장이 힘을 얻게끔 만든 것이다. 머스크는 이런 주장에 일찍이 적대감을 표출했다. 그는 부유세를 주장하는 80세의 버니 샌더스 무소속 상원의원에게 “당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자꾸 까먹는다”라고 트윗으로 조롱했다. 역시 부유세를 주장하는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에게도 ‘캐런’이라는 백인 여성 비하 표현을 썼다. 결국 머스크는 주식담보대출이 아닌 외부 투자와 자기자본으로 335억 달러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쯤에서 물을 필요가 있다. 그의 기업 활동이 진정으로 인류를 구하고 있는가? 우선 기술력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나온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프로그램인 ‘오토파일럿’이 완전한 자율주행과는 거리가 먼데도 과대평가됐다거나, ‘라이다(레이저 파동으로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로 운행하는 타 회사와 달리 테슬라의 경우 카메라로 시야를 확보하는 만큼 안전하지 않다는 비판 등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있는 테슬라 공장은 인종차별과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주정부 기관이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 자율주행차 사고가 잇따르면서 S&P 500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수에서 테슬라가 빠지자, 머스크는 ESG를 ‘사기’라고 했다. 머스크는 ‘왜 노조비를 내고 스톡옵션을 포기하는가’라는 트윗을 올리고, 노조 활동을 두드러지게 한 직원을 해고했다가 우리로 치면 부당노동행위로 2019년 판정받았다. 최근에는 과거 스페이스X 전직 승무원을 성추행했고 입막음 대가로 거액을 지불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었다. 머스크는 “정치적 공격”이라고 반발했다.

자신의 여러 회사를 오가며 매주 100시간 가까이 일한다는 이 ‘표현의 자유’ 신봉자는,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표현은 좀처럼 견디지 못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 모든 괴이한 트윗에도 불구하고, 아니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가 건드리는 거의 모든 질문은 현대 자본주의에 유의미한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기업이 인류를 구할 수 있을까? 자동차와 지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기업은 어떤 방식으로 부를 축적하고 세금을 내야 하나? 억만장자가 ‘표현의 자유’를 말할 때 그 의미는 무엇인가? 이는 ‘지금 테슬라 주식을 더 사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훨씬 뛰어넘는 질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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