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을 기념해 진행된 열병식에 등장한 비상방역종대. ⓒ조선중앙TV 화면

북한은 5월12일 코로나19 발열자(확진자) 발생 소식을 처음 공식화했다. 2020년 5월12일이 아니다. 2022년 5월12일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5월12일 1만8000명이던 일일 신규 발열자 수는 5월15일 39만2920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확산세가 가라앉아 5월24일에는 발열자 수 11만5970명을 기록했다. 한때 하루 21명까지 올라갔던 사망자 수도 점차 내려와 5월23일부터 이틀간은 ‘0명’으로 집계되었다.

북한 측 발표만 보자면, 이제 북한은 코로나19의 고비를 넘겼다. 5월24일 조선중앙통신은 “당 중앙의 불면불휴의 영도에 의하여 최대비상 방역체계가 가동된 후 불과 며칠 만에 전국적인 발병률과 사망률이 현저히 줄어들었으며 완쾌자 수가 늘어나는 등 전염병 전파 상황이 효과적으로 억제·관리되고 뚜렷한 안정세가 지속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북한에서는 아직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행된 적이 없다.

지난 2년간 대외적으로 ‘확진자 0명’ ‘백신접종률 0%’를 기록한 북한 코로나19 방역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정말 이번 (공식적으로는) 첫 파도를 무사히 넘긴 걸까? 다음 파도는 또 어떻게 될까? 북한식 코로나19 방역은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가? 북한의 ‘위드 코로나’는 남한에 왜 중요하며, 남한은 그것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북한 내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한 정보는 대부분 안갯속에 있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북한은 코로나19를 매우 두려워했다. 2020년 초부터 북한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이 그 사실을 뒷받침한다. 한국에서 중국인 관광객인 ‘1호 확진자’가 발생한 바로 다음 날인 1월21일, 북한은 중국 내 북한 전문 여행사에 중국인 입국금지를 통보했다. 1월22일부터는 국경을 모두 닫았다. 도로·철로·바닷길·하늘길 등 외부와 접하는 모든 통로를 막았다. 2014년 유엔의 대북 제재 시행 이후 유일한 교역 국가이던 중국과의 사람·물자 교류도 전면 중단했다.

법도 새로 만들었다. 북한에는 이미 1997년 채택한 전염병예방법이 존재했다. 전염병 격리 및 차단의 원칙, 전염병 발생 시 대응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한 법이다. 2020년 4월 북한은 그 법을 개정했다. 4개월 뒤인 2020년 8월에는 아예 새로운 법인 ‘비상방역법’을 따로 만들었다. 방역에 관한 모든 사업과 활동을 총괄해 지휘하는 국가비상방역지휘부의 권한을 명시하고, 비상시 군과 경찰을 동원해 전염병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으며, 북한 인민과 영내 외국인의 마스크 착용·집단 모임 금지·격리 등의 의무와 위반 시 처벌 규정을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북한의 비상방역법을 연구한 김수연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말했다. “기존 전염병예방법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이 정도로는 안 되겠다 싶어 아예 비상방역법을 만든 것으로 추정한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성 전염병을 심각한 국가적 재난으로 인식했다는 증거다.”

북한의 전략은 철저한 ‘봉쇄(Contain- ment)’였다. 2020년 8월2일자 〈노동신문〉은 사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경과 해상을 비롯한 신형 코로나비루스가 류입될 수 있는 모든 통로와 공간들을 철저히 차단하고 엄격히 관리하는 것은 비상방역사업에서 핵심 중의 핵심 사항이다. (중략) 만약 전염병의 류입을 철저히 차단하기 위한 사업에 바늘 끝만 한 빈틈이라도 생긴다면 그로부터 초래되는 후과는 상상할 수도 만회할 수도 없는 치명적인 것으로 된다.”

5월19일 대북 단체들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남북 간 인도적 협력을 재개해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북한은 왜 백신 지원 제안을 거절했을까

‘완화(Mitigation)’는 북한의 선택지에 들어 있지 않았다. 세계 대부분 국가들은 그때그때의 유행 상황과 사회·경제적 피해 등을 고려해 ‘봉쇄’와 ‘완화’ 전략을 적절히 저울질했다. 유행이 커지면 해외 입국을 제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올렸다가도 잠잠해지면 규제들을 다소 풀고, 또 오르면 조이기를 반복했다. 북한은 2년 넘게 오로지 ‘봉쇄’였다. 왜일까?

‘완화’ 전략에는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완화 전략의 기본 전제는 어느 정도의 감염 환자 수가 발생한다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만 그 규모가 너무 폭발적으로 커지지 않게 관리해야 하는데, 거기에 여러 보건의료 자원이 필수적이다. 가령 한국의 ‘3T’를 떠올려보자. 일단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검사체계가 잡혀 있어서 전체 확산 규모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Test). 감염자와 감염 의심자들을 역학조사하고 격리하며 지원하는 행정체계도 필요하다(Trace). 일정 규모 이상의 환자 수를 수용하고 적절히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의사·간호사·의약품·의료기기 등도 충분해야 한다(Treat). 현재 북한에서는 이런 자원들이 없거나 모자라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이론적으로 북한의 보건의료 체계는 전염병을 예방하고 대응하기에 훌륭한 편이다. 북한의 ‘사회주의 헌법’ 제48조는 예방의학을 헌법적 가치로 천명했고, ‘인민보건법’ 제3조는 “사회주의 의학에서의 기본은 예방의학이다”라고 선언했다. 북한의 ‘전염병예방법’ 제1조는 “전염원의 적발, 격리, 전염경로 차단, 전염병 예방접종에서 제도와 질서를 엄격히 세워 전염병을 없애며 인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 증진시키는 데 이바지한다”라고 밝힌다.

무상의료 제도에 기반해 주치의 개념의 ‘호 담당 의사’가 100~150가구씩 맡아 각 지역 주민의 건강을 돌본다. 하지만 이는 국가가 돈이 있을 때 잘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오랫동안 경제난을 겪은 북한에서 이 시스템은 잘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무상의료는커녕 항생제·해열제 같은 기본 의약품조차 부족해 장마당에서 암암리에 사적 구매를 해야 하고, 이마저 없으면 민간요법 등으로 자가 치료를 하거나 치료를 포기하는 게 북한의 최근 보건의료 실상이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북한 사람들 다수가 감염병으로 죽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19 세계 건강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사망 원인 중 4위가 결핵(인구 10만명당 67.9명)이다. WHO의 ‘2021 세계 결핵 보고서’는 지난해 기준 북한에 결핵 환자 13만5000명이 있다고 추정했다. 북한은 주요 말라리아·기생충 감염 발생국이기도 하다.

감염병 피해를 많이 겪은 만큼 예방접종의 중요성도 잘 알지 않을까? 그런데 북한은 왜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실시하지 않았을까? 북한은 이제까지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해주겠다는 국제사회의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고 알려져 있다. 백신의 효과나 안전성을 의심해서일까?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지난해 5월4일자 〈노동신문〉은 “백신이 결코 만능의 해결책이 아님. 일부 백신은 부작용을 일으켜 사망자까지 초래”라고 보도했다. 6월에도 변이 바이러스 출현 등으로 백신의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그러다가 살짝 입장이 변했다. 코로나19가 대규모로 유행한 올해 5월 중순 들어서다. 〈노동신문〉은 코로나19 치료법을 다룬 5월17일자 기사에서 “왁찐(백신) 접종을 진행해야 한다”, 5월18일자에서는 “왁찐 접종은 사활적인 것” “중증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왁찐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보도했다. 공식 발열자 규모가 줄어든 5월20일 이후에는 다시 백신을 평가절하했다. “제약회사들에서 각종 변이 비루스(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왁찐을 개발하고 있으며 치료약들도 개발되었지만, 세계적 범위에서 이용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의문시되고 있다(〈노동신문〉 5월24일).”

이런 오락가락 알 수 없는 북한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태도를, 북한 관련 전문가들은 북한 내부 사정과 국가 간 역학관계의 복잡성을 고려하며 읽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홍상영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2019년 하노이 북·미 회담 불발 이후 북한은 ‘정면돌파전’이라고 하는, 외부의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살아보겠다는 정책을 펼쳐왔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봉쇄 방식으로 2년3개월 동안 버텨오면서 어쨌거나 그 정책이 성공했다고 인민들에게 선전하고 있는 와중에 백신 등 외부 지원을 선뜻 공개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백신을 받고 싶지 않은 게 아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현실적 걸림돌이 많았다는 것이다. 대표적 걸림돌이 백신 물량이다. 북한 인구는 약 2500만명이다. 전 주민에게 2차 이상 예방접종을 하려면 총 5000만 회 분량이 필요하다. 지난해 코백스가 북한에 제안한 백신 물량은 수십만 혹은 수백만 회분 수준이었다. 김신곤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고려대 의대 교수)은 “북한이 기대하던 물량보다 형편없이 적은 규모였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원 제안을 받은 아스트라제네카·시노벡·노바백스 대신 화이자·모더나 사의 mRNA 백신을 원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콜드체인’이 함께 가동돼야 하는 백신들이다. 이를 위한 냉장·차량 시설은 현재 유엔 제재로 북한 반입이 금지된 물품이다. 북한은 지난해 초 코백스에 직접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신청하기도 했다. 다만 따라붙은 조건과 행정 절차에서 막혔다.

김신곤 이사장은 국제사회의 ‘조건 없는’ ‘대규모의’ 백신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북한은 예방접종에 충분히 의지를 갖고, 실행할 능력 또한 충분하다고 본다. 2006년 북한의 홍역 유행 때가 그러했다. “북한 당국은 WHO와 유니세프가 지원해준 홍역 백신을, 하루 330만명씩에게 예방접종한 바 있다. 코로나19 백신도 제대로 많이 들어가기만 한다면 아마 한 달 내 접종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북한은 백신접종률 0%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대규모 유행을 맞았다. 북한은 5월 말 들어 확산세가 꺾였다고 선전하지만 이를 믿든 믿지 않든, 전문가들은 향후 북한 주민들의 피해가 막대하리라 예상한다.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실제 그래프가 꺾였다고 해도 잠깐 시간을 벌 뿐이지 최종 감염자와 사망자 수를 줄일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오미크론의 치사율이 낮다고 하지만 백신 미접종자는 다르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미접종 인구의 코로나19 치사율은 접종 완료자보다 훨씬 높은 0.6%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그랬듯 결국 코로나19는 전 인구의 70% 이상이 백신접종 혹은 자연감염으로 면역력을 얻을 때까지 확산이 계속된다. 북한 인구에 대비하면 감염자 수는 1750만명, 거기에 치사율 0.6%를 곱하면 사망자 수는 10만명을 넘는다.”

김신곤 이사장도 “지금(5월25일)까지 감염자 수가 누적 300만명 발생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큰 규모로 퍼져 있으리라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그가 보기에 북한은 코로나19 방역상 이점이 없지 않다. 잘 돌아가지는 않지만 보건의료 체계가 존재하고 보건의료 인력의 능력과 헌신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불리한 점도 많다. 다른 저소득 국가들에 비해 노인인구 비율이 높은 편이다(10%). 고령층에 특히 더 치명적인 코로나19의 특성상 많은 인명 피해가 예상된다. 게다가 영유아를 포함해 주민 40% 이상이 영양부족 상태다(유엔식량농업기구·세계보건기구 ‘2021 세계 식량안보와 영양수준’ 보고서). 지역 격차도 심하다. “북한은 평양과 평양 밖, 두 개의 공화국으로 이루어져 있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나마 평양은 코로나19 확산과 피해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지만 평양 바깥에 살고 있는 취약계층은 속수무책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된다.”

5월2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북한의 코로나19 관련 선전화. ⓒ평양 조선중앙통신

‘국제사회 팬데믹 대응에 기여한다’는 명분

북한을 도와야 한다는 데에는 별로 이견이 없다. 지난해 3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실시한 ‘국민 평화통일 여론조사’에서 국민 74.1%가 ‘우리 국민이 백신을 충분히 접종한 후 북한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13일 북한 주민에게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지원할 방침을 밝혔다. 5월21일 발표된 한·미 정상 공동성명문에도 북한의 코로나19 대응 지원 방침이 담겼다. 5월22일 일본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장관은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저 나라와 국교는 없으나 그냥 둬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늘 그랬듯 북한은 도움받는 자의 위치에 서기를 거부한다. 남한과 국제사회의 지원 제안에 아직 아무런 응답이 없다. 코로나19 위기를 먼저 겪은 이웃으로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동포로서 한국은 어떤 태도로 북한을 대해야 할까? 북한이 스스로 손 벌려 도움을 청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홍상영 사무총장은 “절대 생색을 내거나 조건을 다는 도움이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 지원은 군사적 문제와는 분리해서 접근하겠다는 노선을 정부가 명확히 밝혀두어야 한다. 도움을 요청하면 즉각 실행할 수 있도록 유엔 제재 등의 선결 과제를 미리 해결해놓아야 하고, 민간 채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김신곤 이사장은 단기적으로 급한 불을 끄고, 중장기적으로는 북한의 명분과 자존심을 지켜주면서 방역과 비핵화의 공동 목표를 이뤄나갈 수 있는 창의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지금 당장은 면역 형성에 시간이 걸리는 백신보다 팍스로비드 같은 치료제를 신속하게 지원하면 더 실효성 있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빅딜까지는 아니더라도, 장기적 로드맵으로 ‘스몰 투 미디엄 딜(small to medium deal)’을 구상해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개성공단을 ‘코로나19 프리존’으로 만드는 방안이다. 그곳 노동자들에게 우선적으로 백신접종을 다 마치고, 개성공단을 새로운 팬데믹을 대비하기 위한 방역물자 생산기지로 전환하는 거다. 북한에게 ‘향후 국제사회 팬데믹 위기 대응에 기여할 수 있다’는 명분을 만들어주면 북한 처지에서도 지금 당장 외부 지원을 받는 부담이 적어진다. 이게 만약 이루어진다면, 이를 통해 쌓은 상호 신뢰가 북한을 다시 국제사회로 나오게 하고 비핵화 로드맵으로까지 이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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