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달 전 즈음부터 MBC 메인 뉴스 프로그램 〈뉴스데스크〉 방송 화면 제목이 짧아졌다. ‘아직은 어색’, ‘다 헐고 새로 짓는다’ 같은 식이다. 타 방송사 제목이 ‘마스크 해제 첫날…이 시각 시민 표정은?’이나 ‘퇴출 기로에 선 현산…전면 철거 후 재시공’인 것에 비하면 반의 반 수준이다. 시청자 호기심을 자극하고 판에 박힌 제목 짓기 규칙을 벗어나려는 시도로 보인다. 처음엔 어색했다. 짧아지는 만큼 오해의 소지가 커지리라는 걱정도 들었다. 그런데 보다 보니 직관적으로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줄어든 글씨만큼 자막 크기가 커져서 시력 나쁜 이에겐 좋겠다 싶었다.
물론 좀 더 친절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은 든다. ‘벌써 47도’ ‘사이코패스?’ ‘수상한 송금’ ‘20만명 몰린다’. 어떤 내용의 기사 제목 같은가? 이 글자들만 봐서는 파악하기 어렵다. 다행히 방송 뉴스는 문자 텍스트로만 이뤄져 있지도 않고 시각으로만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다. 화면에 나오는 영상, 앵커나 기자의 말투와 그 내용 등이 한꺼번에 전달된다. 방송을 보면 왜 이렇게 제목을 지었는지 이해가 된다. 위의 제목은 각각 인도 폭염, ‘계곡 살인’ 피의자, 보이스피싱 현금 전달책 검거, 제주 관광객 증가를 다룬 기사의 것이었다.
글자 좀 줄였다고 끝이 아니다. 뉴스 프로그램에 존재하는 여러 요소가 총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짧아진 제목에 맞추어 시청자의 이해도와 흡입력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어깨걸이(앵커가 뉴스를 소개할 때 옆에 나타나는 영상을 일컫는 말. 위치가 앵커 좌우 어깨 상단에 걸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림을 무엇으로 할지, 제목과 잘 조응하도록 앵커의 뉴스 소개 멘트 첫 문장은 어떻게 할지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원래도 방송기자나 뉴스 PD들은 이런 사소한 것까지 신중하게 고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 짧아진 제목에 맞게 하나하나 ‘업데이트’하느라 ‘괜히 했나’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포털 의존하지 않는 자체적인 ‘실험’
뉴스 이용자로서 언론사의 새로운 시도 자체가 반갑다. ‘어떻게 하면 뉴스 이용자들에게 더 많이 소비될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으로 많은 언론은 물량 공세와 선정성에 의존해왔다. 각 사마다 온라인 속보팀을 두고 비정규직 인턴 기자에게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명인 SNS를 찾아다니라고 시킨다. 다른 언론사가 찾아낸 기막힌 인기 기사도 베껴 쓰게 한다. 언론 신뢰를 갉아먹으며 양적 경쟁을 하는 것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뉴스데스크〉의 변화가 대단한 저널리즘적 성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뉴스 소비의 대부분은 포털에서 이뤄지고, TV로 뉴스를 볼 땐 제목을 보고 옮겨 다니기보다는 틀어놓고 놔두기 때문에 ‘제목 좀 짧게 바꾸는 게 뉴스 소비를 늘리는 데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포털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볼 수 있는 ‘실험’이란 점에 의의를 두고 싶다. 방송 뉴스를 구성하는 온갖 요소를 ‘친시청자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모니터하는 매체가 한정적이어서 MBC가 눈에 띄었지만, 이 거친 미디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색다른 시도를 하는 언론사를 만난다면 격려와 관심을 부탁하고 싶다. 그래야 언론도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