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순조롭게 자신하던 핀란드와 스웨덴이 돌발 변수를 만났다. 나토에 가입하려면 30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한데, 핵심 멤버인 터키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터키는 자국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원하며 무장투쟁 중인 쿠르드노동당(PKK)을 두 나라가 지원하고 있다며 지원 중단 및 터키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 해제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터키가 문제 삼은 PKK는 터키 동남부를 포함해 이란·이라크·시리아 등 중동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사는 약 4000만명에 달하는 쿠르드족의 최대 무장조직이다. 쿠르드족은 오늘날 터키 인구(약 8300만명)의 약 18%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200만명이 이스탄불에 거주한다. 한때 중동 최대의 민족이던 쿠르드족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터키를 포함해 중동 5개국에 의해 영토가 강제 귀속된 뒤 독립국을 염원해왔다. 특히 터키의 강력한 반대로 독립을 이루지 못하자 PKK는 1984년 8월 이후 터키를 상대로 강력한 무장 독립운동을 펼쳐왔다. 2013년 휴전으로 총성이 멈췄지만 2년 뒤 휴전이 깨지자 PKK는 또다시 무장투쟁을 벌이면서 터키 정부의 최대 골칫거리이자 위협 세력으로 떠올랐다. PKK는 현재 터키는 물론 미국과 유럽연합에 의해 테러 단체로 규정되었다.

두 나라의 가입에 유보적 방침을 명확히 밝힌 장본인은 올해 재임 18년째인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사진). 그는 5월12일 핀란드가 나토 가입 의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하자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나흘 뒤 구체적으로 스웨덴을 겨냥해 “테러리스트들이 자국 의회에서 발언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스웨덴은 테러 조직의 둥지다”라며 맹비난했다. 그가 거론한 ‘테러 조직’은 물론 PKK이다. 실제 스웨덴 의회에는 쿠르드족 출신 의원 6명이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도 PKK를 지원하는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용납할 수 없고, 무법적인 일”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브라힘 칼린 터키 대통령실 대변인은 로이터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터키는 양국의 나토 가입을 막겠다는 게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해 협상 여지를 열어놓았다. 외교 분석가들은 결국 터키도 어느 정도 타협안을 얻어내면 지지로 돌아서리라 본다.
터키의 또 다른 요구는 2019년 두 나라가 자국에 내린 무기 금수조치를 해제하라는 것이다. 터키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내 쿠르드 민병대를 돕던 미군에 대해 철군 명령을 내리자 쿠르드족 소탕작전에 나섰다. 그러자 두 나라를 포함해 여러 나라들이 터키에 무기 금수조치를 취한 바 있다.
오는 6월 스페인에서 열릴 나토 정기총회에서 두 나라의 가입 신청 건을 승인할 예정이다. 계획이 순조롭게 실현될지는 전적으로 터키의 태도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