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 그림

2020년 한 해 동안 3만905명에 이르는 아이가 학대를 당했다. 그 가운데 43명은 학대받다가 숨졌다. 국내 아동학대 사망자 수가 2011년 이후 줄곧 늘어난 추이를 볼 때, 아직 보지 못한 2021년도 아동학대 통계 사정이 이보다 나아졌을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저 통계는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접수된 사례만 집계한 수치이니, 실상은 더 가혹할 것이다. 위의 통계에 따르면, 가해자는 주로 부모였다. 전체 아동학대의 82.1%,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사건의 86.3%를 친부모, 계부모, 양부모가 저질렀다. 2014년 지훈이 사건(이하 모두 가명), 2016년 은서 사건·아영이 사건, 2017년 삼 남매(승리·승진·솔이) 사건·성호 사건은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동학대 사망사건일 뿐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자기 아이를 사망에 이르도록 학대하는 부모는 어떤 사람일까. 혹시 그들에게는 자격증 같은 게 있지 않을까. 변진경의 〈울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면〉(아를, 2022)은 아동학대 사건의 심층을 취재한 끝에, 상당수의 가해 부모에게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먼저, 너무 이른 나이에 아이를 낳아서 양육에 임하는 자세(부모로서의 책임감)와 기술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 다음으로, 실직과 경제적 궁핍으로 불화가 생기고 가정이 깨어지기 직전이 되면서 아이를 학대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에게는 사회적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어 있거나 사회적 지지망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말해,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함께 살펴주는 사회적 ‘눈’이 없었다.

지은이는 어린 부모를 자녀 살해범으로 만든 사회구조를 짚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취재를 시작했지만, 솔직히 많은 가해 부모들이 인간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을 짓을 아이에게 저지른 것을 보고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아동학대 가해자를 악마화하고 일벌백계하는 것만으로는 아동학대를 막을 수 없다. 많은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듯, 취약한 부모를 돕는 일이 아이에게 최선의 복지다. 그런 뜻에서 정부와 사회가 할 일은 많다. “아동학대 가해자는 소수의 악마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가 ‘주연’이라면 그와 아이를 둘러싼 사회와 정부는 적어도 ‘조연’이다.”

아동학대 사건이 끔찍하면 할수록 우리는 같이 해결책을 찾기보다, 가해자를 악마로 몰아붙이고 나서 간편하게 그 문제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다. 하지만 사망이나 부상을 입혀야만 아동학대인 것은 아니다. 가난해서 아이가 굶는 것은 부모의 능력 부족과 사회의 불찰 때문이라고 하겠지만, 가난하지 않은데도 아이들이 밥을 거르거나 질 나쁜 식사를 하게 내버려두고 있다면 누가 누구더러 악마라고 지탄할 수 있을까. 학원에서 하루 일과를 보내느라 햄버거와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초·중·고등학생들의 이야기다.

“이렇게 슬픈 ‘밥상의 평등’이 이루어졌다. 있는 집이나 없는 집이나 모든 아이들이 평등하게 편의점 참치김밥 1+1로 끼니를 때우는 역설적인 현실이다. 결식아동 급식카드냐, 엄카(엄마 카드)냐의 차이일 뿐 아이들은 고만고만한 메뉴 선택지 안에서 ‘돌봄’ 없는 열량 덩어리를 씹어 삼킨다.” 학원이나 과외 수업을 받고 숙제를 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쓰느라 잠을 자지 못하는 아이들은 다음 날 아침에 밥 대신 10분이라도 더 자는 쪽을 선택한다. “시간에 쫓기는 아이들은 잘 자지도 먹지도 못하고, ‘흙밥’과 ‘흙잠’은 또 서로를 강화한다.” 급수만 다를 뿐, 한국 사회는 모든 부모들에게 아동학대 자격증을 하나씩 쥐여준다.

〈울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면〉
변진경 지음
아를 펴냄

〈울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면〉 제3장은 아동 보행 안전을 다루고 있는데, 이 주제에는 스쿨존과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상 가중처벌(일명 ‘민식이법’)이라는 화제가 곧바로 따라붙는다. 두 제도(법)는 사람의 안전보다 자동차의 흐름이 더 중요한 우리나라 교통문화에 “보행자 중심 교통문화”를 심는다는 의미가 크다. 아동을 보호하는 교통문화가 정착되고 확대되면 결국 어른도 보호를 받게 된다.

출생률에 목매달기 전에 이것부터

아이들의 보행 안전을 위해 민식이법을 만들었지만, 교통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저소득 지역일수록 아동의 교통사고 경험률이 높다는 것이 상식이 되어 있다.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지역별 주거 가격에 따른 아동 수 대비 교통사고율’을 조사해보니, 집값이 높은 부유한 지역(서초구·강남구)일수록 주거 가격이 낮은 가난한 지역보다 ‘아동 수 대비 교통사고율’이 현저히 낮았다. 이런 경향성은 경기도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부유한 지역(과천시·성남시 분당구·용인시 수지구)의 아동 수 대비 교통사고율은 집값이 싼 지역보다 훨씬 낮았다. 주택 가격이 싸고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가 잦은 도시 지역은 주거 공간과 도로 사이 간격이 매우 좁아서, 주거 공간의 출입구 앞이 바로 차가 다니는 도로인 경우가 많다. 이런 지역의 길 중 상당수는 보도가 따로 없다. 교통사고 다발지역엔 아이들이 놀 장소가 없다. 물리적 환경이 안전하지 않다면 ‘돌봄’으로 안전성을 보완할 수 있는데,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 학교일수록 학부모들의 ‘녹색어머니’ 활동 참여도가 낮다. 이런 곳은 위험한 길을 저학년 때부터 혼자 통학하는 아이의 비율도 높다. 반면 거리 CCTV 설치율과 보행 안전에 대한 주민의 민원은 낮다.

“지금 한국의 경우, 어린이의 보행 안전을 보장하려면 결국 그 부모가 개인적으로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아이의 모든 외출에 보호자가 동행하려면 부모 중 한 명은 생계 전선에서 벗어나 하루 종일 아이를 돌봐야 한다. 아니면 아예 주거지를 옮긴다. 신축 ‘초품아’ 단지를 수색해 높은 비용을 치르고 이사를 가야 한다. ‘어린이 안전을 개인적으로 구입’해야 하는 시스템의 결과다.” 초품아란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를 뜻하는데, 길을 건너지 않아도 되는 학원가나 단지 내 놀이터는 아이들의 보행 안전 요소다.

한국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초저출생을 걱정하게 되었고 출생률을 높이려는 온갖 ‘당근 정책’이 제출되고 있다. 하지만 줄어들 줄 모르는 아동학대, 매년 한 학급에 해당하는 숫자(약 35명)가 사망하는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 더욱 경쟁적이 되어가는 입시 전쟁 등은 출생률에 목매달기 전에 우선해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으로부터 어른들이 득을 볼 수 있어야 출생률도 개선된다. 아동·청소년 의제의 해결은 부모들의 개별 역량도 중요하지만, 정부 정책과 공동체의 돌봄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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