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미국 달러가 너무 비싸다. 지난 4월 말, 유로와 파운드 등 다른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미국 달러 지수’는 팬데믹이 일어났던 2020년 3월 이후 2년 만에 최고를 찍었다. 달러 강세의 대표적인 이유는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다. 달러 강세는 원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지난 4월 초 1220원대였던 1달러의 가격이 같은 달 말엔 1260원을 넘어섰다. 엄청난 상승세다. 가뜩이나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강한 달러(약한 원화)는 수입 물가를 더욱 밀어올려 인플레이션 걱정을 높인다. 경기 활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라면 좋겠지만, 실물경제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물가상승이라는 큰 비용을 지불하면서 느린 경제성장을 견뎌야 하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오늘의 주제는 환율이다. 먼저 ‘환율이란 정확히 무엇인가’부터 짚은 뒤에 이야기를 진척시켜나가도록 하자.

환율을 검색하면, “원홧값 1265원, 하루 14원 급락” 같은 기사 제목과 함께 “달러 강세 속에 원홧값은 전날 종가인 1250.8원보다 14.4원 하락한 달러당 1265.2원에 거래를 마쳤다(환율 상승)” 같은 기사도 나온다. ‘원홧값’이 1250.8원에서 1265.2원으로 ‘올랐는데’, 이를 ‘급(하)락’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헷갈린다. 이는 잘못된 표현을 사용해온 관행의 결과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앞으로 신문에서 ‘환율’이나 ‘원홧값’ 같은 단어가 나온다면 그냥 ‘달러값’으로 읽어주시기 바란다. 기사에 나오는 ‘원홧값’의 정확한 의미는, 1달러를 사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원화’의 규모다. 어제는 1250.8원으로 1달러를 샀는데 오늘은 1265.2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는 ‘원홧값’이 아니라 ‘달러값’이 오른 것이다. 어제 1100원이었던 사과 한 개의 값이 오늘 1200원으로 변동했을 때, ‘사과 값이 올랐다’라고 표현해야 하는 것과 같다(‘원홧값이 올랐다’가 아니라). 달러값은 달러값으로 불러야 한다. 달러값을 원홧값이라는 기상천외한 이름으로 부르는 관행만은 꼭 사라져야 한다.

참고로, 같은 규모의 달러를 사기 위해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하는 위의 경우는, ‘환율(달러값) 상승’ ‘원화가 (달러 대비) 약세(평가절하)’ ‘달러가 (원화 대비) 강세(평가절상)’ 등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 달러, 나홀로 강세?

달러가 원화에 대해서만 강세인 것은 물론 아니다. 달러-위안화 환율(위안화 표시 달러값)은 지난 4월24일의 1달러당 6.60위안으로 2020년 11월 이후 최고값을 찍었다. 2015년 7월 고정환율제에서 관리변동환율제로 이전하며 위안화 대규모 평가절하가 이루어진 이후 위안화 가치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경우다. 이런 위안화 약세는 상하이시 봉쇄 등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로 인한 성장률 하락 및 미국보다 낮은 중국의 이자율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엔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2016년 이래 가장 많이 하락했다. 일본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해왔는데, 많은 나라들이 인플레이션 우려로 통화 긴축을 고려하는 와중에도 그 기조를 전혀 바꾸려 하지 않고 있다.

유로존 또한 암울한 시기가 계속되고 있다. 1유로의 가격이 1.0524달러까지 떨어져 2017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약세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경제봉쇄가 강화될 경우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공격적인 통화 긴축을 유럽중앙은행이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이 모든 상황의 중심에 미국 연준의 이자율 정책이 있다. 도대체 이자율과 환율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외국자본이 공격적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빼내고 있다는데 우리에겐 지난 1990년대 말, 달러가 부족해서 맞았던 외환위기의 아픈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그때와 다를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5월4일 연준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AP Photo

■ 환율과 이자율, 그리고 트릴레마

지구에 한국과 미국 두 나라만 있다고 가정해보자. 한국의 이자율은 ‘i(한국)’, 미국의 이자율은 ‘i(미국)’, 현재 환율(현물환율)은 1달러당 S원이고, 선도환율(forward exchange rate)은 1달러당 F원이라고 하자. 여기서 ‘선도환율’은 미래의 달러값을 현재 시점에서 정해놓은 것으로 계약 만기 시점에 1달러를 사기 위해 F원을 내기로 합의했다는 뜻이다.

당신은 지금 갖고 있는 1달러를 어느 나라에 투자할지 고민 중이다. 1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면, 다시 말해 미국의 은행에 예치하거나 미국 채권을 사면 1년 후에는 (편의상 만기는 1년이라고 하자) 이자와 원금을 합쳐 ‘1+i(미국)’ 달러를 받는다. 대신 1달러를 한국에 투자한다면 어떨까? 1달러를 원화로 바꾸면 S원이다. 이 액수를 한국에 투자하면 만기에 i(한국)만큼의 이자를 원금에 더해 ‘S(1+i(한국))’ 원을 받게 된다. 이 금액을 선도환율인 F로 나누면, 1년 뒤 손에 쥐는 달러 액수가 된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S(1+i(한국))/F

그런데 이자율과 환율은 당신이 한국에 투자하든 미국에 투자하든 차이가 없는 수준에서 결정된다(그렇지 않다면 투자자금은 한쪽 나라로만 쏠리게 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이자율 등가(Interest Rate Parity)’ 관계가 성립한다.

1+i(미국) = S(1+i(한국))/F

미국이 이자율을 올릴 때 달러 강세가 되는 현상은 이 식으로 간단히 설명된다. 다른 모든 값이 일정할 때, 미국 금리인 i(미국)가 오르면 현물환율인 S, 즉 달러값이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위의 식은 국가 간 자본이동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우선 이 두 나라 화폐의 가치가 일정 비율로 고정되어 있다고 해보자. 고정환율제 아래에서 현물환율은 선도환율과 같다(S=F). 이때 양국의 이자율이 서로 다르면 이자율이 높은 국가로 자본이 쏠리게 된다. 예를 들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미 연준)가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려 한국의 이자율이 미국의 이자율보다 낮게 되었다고 해보자.

1+i(미국) 〉 1+i(한국)

위의 식은 한국에서 낮은 이자로 돈을 빌린 후 이를 달러로 바꾸어 미국에 투자하면 양국의 이자율 차이만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자본이 빠져나가게 될 것임을 뜻한다. 자본유출은 양국의 이자율 차이가 없어질 때까지, 다시 말해 한국이 미국 수준으로 이자율을 올릴 때까지 계속해서 일어난다. 그러니 미 연준이 이자율을 올릴 때 한국은행도 그에 발맞춰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 이처럼 고정환율제하에서 국가 간 자본이동이 자유로우면 통화정책의 독자성을 유지하기 힘들다.

변동환율제하에서는 다른 얘기가 펼쳐진다. 금융시장의 균형을 위한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이자율 이외에 하나의 변수가 더 추가되기 때문이다. 바로 환율이다. 변동환율제에서 미국의 이자율이 높아졌다고 치자. 누구나 한국에서 빌려 미국에 빌려주려 할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이자율은 오르고, 미국의 이자율은 낮아진다. 이에 더해 한국에서 빌린 원화를 미국에 빌려주려면 달러화로 바꿔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달러 수요가 늘어나면서 달러 가치가 오른다(S 상승). 이와 함께, 미래에 닥칠 만기에 달러를 팔아 원화로 바꾼 뒤 상환해야 하므로, 선도환율(F)은 떨어진다.

이런 예들은 변동환율제도가 고정환율제도에 비해 자본이동을 더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설령 두 나라 사이에 이자율 차이가 존재하더라도 환율에서 손해를 본다면 자본이동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미국에 투자하기 위해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과정에서 달러값(S)이 천정부지로 솟아버리면 수익성이 나빠져 더 이상 차익거래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 같은 환율조정 메커니즘은 달러값이 고정된 고정환율제에서는 기대할 수 없다. 환율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더해진 덕분에 한국의 중앙은행은 고정환율제하에서 그래야 했던 것처럼 미국의 이자율 정책을 고스란히 쫓아갈 필요가 없다. 변동환율제하에서라면 설령 국가 간 자본이동이 자유롭다고 하더라도 통화정책의 독자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교훈 한 가지를 배울 수 있다. 고정환율제, 국가 간 자본이동의 자유, 통화정책의 독자성 세 개 중에서 한 가지는 반드시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트릴레마(trilemma)’ 또는 ‘불가능의 삼각정리(Impossible trinity)’라고 부른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 한국은 고정환율제와 독자적 통화정책을 갖는 대신 국가 간 자본이동을 규제하는 상태로, 〈그림 1〉 삼각형의 아래쪽 변에 있었다. 지금은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다른 두 가지를 선택해 오른쪽 변에 있는 상태다. 따라서 앞으로 미 연준이 이자율을 올릴 때 한국은행이 이자율을 따라서 올리지 않으면 한국에서 외국자본이 모두 빠져나갈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적어도 환율 메커니즘으로 방어할 수 있는 수준까지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달러 유동성은 충분한가

이제 한국 시장에 달러가 충분히 있는지 살펴볼 차례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원화가 필요하다. 외국인들은 자신들이 달러를 빌린 후 이를 팔아서 산 원화를 한국에 투자한다. 만기에는 원화를 다시 달러와 맞교환하면 된다. 이렇게 서로 다른 통화를 교환하는 거래를 ‘통화스와프’라 하고, 그중 달러를 팔아 원화를 사는 스와프를 ‘셀앤드바이(sell&buy) 스와프’라고 부른다.

이런 스와프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외국인들의 거래 상대방(주로 한국의 은행들)은 달러를 사고 원화를 내주게 된다. ‘바이앤드셀(buy&sell) 스와프’를 하는 셈이다. 1달러를 사려면 S원(현물환율)을 내야 한다. 이렇게 산 1달러를 한국의 은행들은 스와프 만기까지 마음대로 투자한 후 만기가 되면 스와프 상대방에게 F원(선도환율)을 받고 되팔게 된다(샀다가 되팔게 되므로 1달러를 ‘빌려 쓴다’는 표현도 많이 쓴다). 따라서 만기까지의 이자율을 무시하면 ‘바이앤드셀 스와프’의 경우 현금흐름은 –S+F다. ‘셀앤드바이’의 경우는 그 반대이니 S-F가 될 것이다.

다소 생소할 수 있으니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지금 달러값(S)은 현물환율인 1260원이다. 3개월 후 선도환율(F)은 1250원이라고 하자. 셀앤드바이의 경우 스와프 상대방에게 1달러를 팔면(빌려주면) 1260원을 받는다. 3개월 후에는 1달러를 사는(돌려받는) 대신 1250원을 내야 한다. 현금흐름은 1260-1250원, 즉 S-F가 된다. 바이앤드셀의 경우에는 반대다. 1달러를 1260원을 주고 산 후 만기에 그 1달러를 다시 팔아 1250원을 받는다. 현금흐름은 1250-1260원, 즉 F-S가 된다.

만약 지금 한국에 달러가 충분히 있다면, 다시 말해 달러 유동성이 높다면, 달러값 S는 충분히 싸서 미래의 달러값인 선도환율 F보다 낮을 것이다. 선물환율과 현물환율의 차이, 즉 F-S가 양수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달러가 충분치 않다면 달러값이 비싸져 F-S는 작아지거나 마이너스 값을 갖게 된다. 이렇게 F-S는 달러 유동성을 나타내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F-S를 ‘스와프포인트’(swap point), 그리고 이것을 S로 나누어 비율로 표시한 값을 ‘스와프레이트’(swap rate)라고 부른다. 이 값이 작은 값이면 시중에 달러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최근 들어 이 스와프포인트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다. 〈그림 2〉는 1년 만기 스와프의 경우를 보여주고 있지만 만기에 상관없이 모든 스와프가 그렇다. 달러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외국인들의 ‘셀코리아’ 매도 공세가 주요 원인이다. 외국인들의 경우 주식이나 채권을 팔고 한국을 떠날 때는 원화를 달러로 바꾸어야 한다. 시장의 달러를 흡수하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3월과 4월 동안 외국인들의 매도는 매수 금액보다 무려 9조원 이상 많았다. 4월27일 기준, 코스피에서 외국인 비중은 31%(651조5000억원)로 이는 2009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만약 앞으로 미 연준이 공격적으로 이자율을 올린다면 달러에 대한 수요가 더욱 높아져 스와프레이트는 더욱 하락할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달러를 확보하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이에 미 연준과 스와프라인을 다시 개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은 2008년 10월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고, 최근에는 2020년 3월 팬데믹이 시작되자마자 60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어 시장을 진정시켰던 경험이 있다. 최근의 통화스와프는 세 차례 연장된 후 지난해 말에 종료됐다. 통화스와프는 부족한 달러를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물론 스와프라인을 개설할 만큼 현재 시장 상황이 그렇게 나쁜 것이냐는 오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주의해 들어야 한다.

■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머징마켓

달러 강세에 따라 이머징마켓(신흥시장) 국가들의 통화들도 일제히 약세다. MSCI 이머징마켓 통화 인덱스는 2020년 1월 이후 최저값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 강세는 이머징마켓 또는 프런티어마켓(신흥시장보다는 덜 알려졌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국가들)에는 위기이자 기회일 수도 있다. 달러 강세가 이들 국가의 수출에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엔화, 위안화, 유로화 등의 동반 약세는 이러한 이점을 상쇄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Global Financial Stability Report)에서 이머징마켓 국가들의 화폐가치 절하가 은행권이 보유한 국채의 부실화 위험과 합쳐질 경우 위기의 악순환에 빠져들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머징 국가들에선 팬데믹 기간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인해 국가부채가 크게 늘어난 상태다. 이들 국채의 많은 부분은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다. 금융 부문 자산의 20%가 국채일 정도다. 국채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이와 같은 ‘국채-채권 연계(Sovereign-Bank Nexus)’로 인해 은행 부문이 취약해질 수 있다. 이는 화폐가치 절하 요인이 되고, 이에 따라 자본유출 가능성은 커진다. 이를 막기 위한 금리 인상은 실물경제를 악화시킬 수 있고, 이는 다시 화폐가치를 하락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많은 국가들이 앞으로 얼마 동안 지속될지 모르는 어려운 시간들을 지나가는 중이다. 연준의 시간은 아직도 한참이나 남은 듯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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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마음 첫 다짐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