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의장이 5월5일 워싱턴 DC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EPA

한국 시간으로 5월5일 새벽,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정책금리 범위를 0.5%포인트(0.25~0.50%→0.75~1.00%) 인상했다. 중앙은행의 통상적인 금리 조정 폭은 0.25%포인트인데 한 번에 0.5%포인트를 올렸으니, 이른바 ‘빅스텝’을 밟은 셈이다. 공격적인 금리인상이었지만 미국 주가는 크게 올랐고, 달러 가치도 오히려 하락했다. 연준의 파격에도 금융시장의 동요는 없었다.

금리 결정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정책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나름 합리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책금리는 중앙은행이 정한다. 정책금리는 매우 중요하지만, 일반인들의 경제활동에 정책금리가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국은행과 거래할 일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경제활동에서 사용되는 시장금리는 경제주체의 신용이나 미래의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 등에 따라 결정된다.

그럼에도 시장참여자들은 중앙은행의 결정에 늘 주목하게 된다. 중앙은행은 경제에서 유통되는 유동성(돈)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거의 배타적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늘리면 돈의 가치인 금리는 떨어지고, 유동성을 줄이면 금리가 올라가곤 하기 때문에 정책금리는 시장금리의 가이던스 역할을 한다.

중앙은행의 정책금리는 만기가 짧은 단기금리에 큰 영향을 주고, 만기가 긴 장기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다. 당연한 일이다. 금융시장에서 중시하는 금리는 만기가 10년 정도인 장기채권 금리인데, 10년이라는 시간은 중앙은행가들이 책임질 수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나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는 4년에 불과하다. 만기가 긴 금리는 중앙은행의 정책금리에 시장의 집단지성이 더해져 결정된다.

2018년에도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맞서 정책금리를 올리는 긴축정책을 썼다. 2018년 가을쯤 연준의 정책금리는 2.25%였고, 미국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3.0% 내외였다. 최근에도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3%대에 도달했지만, 연준의 정책금리는 빅스텝에도 불구하고 아직 1.0%에 불과하다. 정책금리와 시장금리의 괴리가 2018년보다 훨씬 크다. 이는 연준의 ‘실기(失期)’로 해석해야 한다. 시장금리는 인플레이션 우려 등을 반영해 이미 빠르게 오르막길을 달려왔는데, 연준은 이제야 ‘빅스텝’이니,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이니 하며 호들갑을 떨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이 공격적인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동요하지 않았던 것은 실질적으로 중요한 시장금리는 이미 상승했고, 빅스텝으로 포장된 연준의 파격은 실은 시장이 이미 걸어간 길을 사후적으로 추인하는 행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해 가을까지만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견지했다. 결과적으로 연준이 틀렸다. 대부분은 중앙은행이 시장을 이끄는 역할을 하는데, 이번에는 중앙은행이 시장에 철저히 이끌려가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한 요인인 유가 급등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정학적 불안에 기인했다.ⓒAFP PHOTO

당장은 연준이 정책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더라도 시장금리의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연준은 이제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정책금리에 허겁지겁 반영하고 있지만, 시장금리는 이런 과정을 선행적으로 거쳐 이미 급등했기 때문이다. 연준의 통화정책과 관련된 불확실성은 2022년 말 또는 2023년 초 금리 결정 국면에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정책금리를 올리는데, 이번 긴축 사이클에서는 어지간히 금리를 올려도 물가가 잡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경제 수요에 영향을 미칠 따름이다. 과잉 수요에서 비롯되는 물가상승 압력을 금리인상을 통해 약화시키는 것이 긴축정책의 본질이다. 그렇지만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미국 경기 호황이라는 수요 요인과 코로나19 팬데믹과 지정학적 긴장 등에서 비롯된 공급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이다. 미국의 물가는 급등하고 있는데, 지난 1년 동안 물가를 가파르게 밀어올린 주된 원인은 유가와 중고차 가격 급등이었다. 유가 급등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조성된 지정학적 불안에 기인한 측면이 크고, 중고차 가격 불안은 코로나 확산에 따른 신차 생산용 반도체 공급 차질 때문이다.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 전쟁을 끝낼 수 없고, 질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경기침체 발생할 가능성도…

향후 수개월의 미국 통화정책은 앞서 달려간 시장과의 갭을 좁히는 과정에 불과하지만, 이런 조정이 일단락된 이후에는 심각한 걱정거리가 대두될 것이다. 중앙은행이 통제하기 힘든 공급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원인이 무엇이건 그 자체가 경제에 미치는 해악이 크다. 연준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선택을 내린다면 심각한 경기 침체가 뒤따를 것이다. 수요를 심각하게 후퇴시키지 않고서야 공급 측면에서 비롯된 물가 불안을 잡을 방법이 없다.

가능성이 좀 더 높은 시나리오는 연준의 적극적 의도와 무관하게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경우이다. 금리를 올려서 심각한 경기침체와 자산시장의 붕괴를 유도하고 싶어 하는 중앙은행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공급 요인과 수요 요인으로 정확히 분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경기를 자극해 인플레이션을 낳지도 않고, 경기후퇴를 초래하지도 않을 이상적인 금리 수준을 ‘중립금리’라고 부른다. 중앙은행은 중립금리를 추구하지만, 이는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기보다는 매우 가치지향적이고 개념적인 값이다. 중앙은행은 중립금리라고 생각했지만 그 레벨이 과열을 부르는 금리일 수도 있고, 반대로 심각한 경기후퇴를 초래하는 금리일 수도 있다. 이는 사후적으로 판명될 수 있을 따름이다. 현 상황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과소 대응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다가 경제 전반에 부정적 효과가 발생하는 임계치를 건드리는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게 아닌가 싶다. 부지런히 올릴 정책금리와 이미 달려간 시장금리의 갭이 좁혀진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중앙은행은 어려운 선택의 순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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