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콘서트를 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방탄소년단(BTS)의 지민, RM, 진(왼쪽부터). ⓒ연합뉴스

방탄소년단(BTS)은 군대에 가야 할까. BTS 멤버 진은 올해 12월4일 만 30세가 된다. 그를 비롯한 멤버들은 ‘국위선양을 위한 체육·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에 해당해 병역을 연기해왔다. 병역법상 최대 30세까지만 미룰 수 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처럼 이들을 특례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에서 법 개정 논의가 있으나 좀처럼 합의가 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론 역풍도 불고 있다.

이론의 여지 없이 BTS는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음악인들이다. 누구도 이들에 근접하는 국제적 인기를 얻지 못했다. 수록곡이 ‘빌보드 핫(Hot)100’ 1위에 오른 한국 가수는 BTS가 유일하다. 빌보드 핫100은 해당 곡이 미국에서 끈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차트다. 음원 판매량, 스트리밍, 라디오 플레이, 유튜브 조회수를 합산한다. 2012년 신드롬을 일으킨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2위였다. BTS는 1위 곡만 6개를 올렸다. 특례론은 BTS가 몹시 희귀한 성공사례라는 데 기댄다. 징병보다 활동을 이어가게 하는 것이 국익에도 이롭다는 논리다.

군불을 땐 건 BTS 소속사 하이브의 묘한 행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BTS 콘서트에 기자 100여 명을 초청했는데, 4월7일 출발해 12일 귀국하는 일정의 비용을 전부 부담했다. 이진형 하이브 커뮤니케이션총괄(CCO)은 4월9일 “(BTS 멤버들이) 과거 반복적으로 국가 부름에 응하겠다고 했고, 생각은 변함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2020년 즈음부터 변하기 시작한 병역 제도와 국민들의 생각 변화를 회사와 협의하에 지켜보고 있다. 병역법 개정안이 제출된 다음부터는 판단을 회사에 일임한 상태다”라고 덧붙인다. ‘2020년 변한 제도’란 30세까지 대중문화예술 우수자도 입영을 연기할 수 있게 한 병역법 개정안이다. 관점에 따라 2년 전 ‘입영을 연기해줬듯 특례도 적용해주길 바란다’는 촉구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귀국한 기자들은 이 CCO의 말을 받아 BTS 병역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이론상 법 개정 없이도 BTS 특례는 가능하다. 메달리스트나 대회 우승자는 병역법상 ‘예술·체육요원’이다(‘병역 면제’가 아니다. 면제자와 달리 기초군사훈련과 예비군훈련은 받는다). 예술·체육요원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예술·체육 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인데, 특기 유무를 판별하는 기준은 법이 아니라 시행령으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시행령은 체육요원 요건(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아경기대회 1위)만 명시한다. 예술요원은 국제 대회 2위 이상, 국내 대회 1위라는 기준만 정할 뿐, 대상 대회는 병무청장에게 위임했다. 병무청이 정한 대회는 국제음악경연대회 28개, 국제무용경연대회 9개, 국내경연대회(국악, 한국무용 포괄) 5개다. 이론적으로 병무청이 빌보드 핫100을 요건에 포함한다면, 법을 바꾸지 않아도 BTS는 군대에 안 갈 수 있다.

당연하지만 병무청의 결단으로 문제가 봉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기본적으로 병무청은 징병 인원을 줄이는 데에 부정적이다. 출산율 감소로 입영 대상 자체가 자연히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더 결정적인 사유는 여론 반발이다. 병무청은 특례 기준을 쥐고 있는 기관이지만, 정치적 부담을 지면서까지 기준을 바꿀 이유가 없다. 그래서 일부 의원들은 병역법을 바꿔 특례를 신설하려 한다. 예술·체육요원을 시행령으로 정할 게 아니라 기준을 법에 명기하자는 것이다. 예술경연대회와 국제 체육대회 입상자, 국가무형문화재 자격 취득인에 더불어, ‘대중문화예술인’ 항목을 추가하는 방안이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BTS 병역특례를 위한 법안 발의를 했다가 거센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연합뉴스

그런데 법안을 발의한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실은 관련 취재를 일절 거부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며칠 업무가 어려울 정도로 항의 전화를 받았다. ‘(욕설을 뜻하는) 18원 후원’도 다수 들어왔다”라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이기도 한 성 의원은 4월 중순만 해도 법안 통과에 낙관적이었다. 4월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주당이 (통과에) 더 적극적이다. (…) 형평과 국익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여야가 그렇게 이견이 있을 것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성 의원의 기대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성 의원에게 항의 문자를 보냈다” “욕설을 썼다” 같은 ‘인증글’이 적지 않다.

여론을 이용해보려다 되레 당한 것일까. 하지만 성일종 의원은 꽤 단단한 논리에 기대 있다. 그가 보기에 BTS 특례는 ‘포상’이 아니다. 여론에 휩쓸려 신설됐다가 사라진 월드컵 16강과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특례와는 경우가 다르다. 성 의원 생각에 불공정한 것은 오히려 현 특례 제도이다. 대중음악에만 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 의원의 논리와는 별개로, ‘법 통과에 그리 이견이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지난해 11월25일 국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위원들은 격돌했다. 정당 간 대치라기보다는 개개 의원들의 논쟁에 가까웠다. BTS 특례 법안이 계류된 채 방치되고 있다는 몇몇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이 자리에서는 문제를 둘러싼 쟁점 대부분이 제기되고, 치열한 논의를 거쳤다. 끝내 합의할 수 없었을 따름이다.

“BTS 정도로 국위선양 하면 당연히…”

김병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훈장은 줄 수 있을망정 병역특례는 절대로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애초 특례라는 자체가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본다. “국위선양에 대한 특례는 1970년대 초 해외에 우리나라를 알릴 기회가 없을 때 만든 제도”라는 것이다. 대중음악처럼 낡은 특례 제도가 포괄할 수 없는 분야가 있다면 특례 전반을 재검토하는 게 더 논리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수학올림피아드 입상자, 게임대회 우승자, 풍악을 세계에 알린 사람을 예로 들며, 특례는 점차 확대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진표 의원도 예외를 줄여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예외를 둬야 한다면 거기에 ‘BTS 정도로 국제대회에서 국위를 선양한 사람은 당연히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국위선양의 ‘정도’를 측량해서 부여하는 게 특례인데,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센다이 국제음악콩쿠르도 들어가 있는데, 모든 세계인이 다 아는 그래미상이나 BTS가 받은 2개의 상이 없다.” 김 의원이 제안하는 기준은 훈장이다. 대중예술인의 경우 BTS처럼 훈장을 받은 사람만 특례를 주자는 것이다.

한기호 의원(국민의힘)은 ‘대중문화’에 속한다고 여겨지던 분야 내에서도 형평에 안 맞는 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게임이나 춤이 ‘체육’으로 포섭되면서 자연히 특례 혜택 종목이 된 반면, 그보다 더 ‘대중적’인 대중음악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아시안게임에 정식 채택이 되었다. 비보잉도 2024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강대식 의원(국민의힘)은 여론 역풍을 염려했다. BTS 병역특례에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여론조사를 들었다. 병력이 줄어드는 추세인 상황에서 특례 확대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강 의원은, 몇 차례 BTS를 ‘특정 아이돌그룹’이라고 지칭한다. 이들이 “국위선양을 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국회 국방위가 특정 아이돌그룹의 징병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것이 ‘맞지 않는다’고 했다.

공정 문제를 두고 의원들은 부딪쳤다. 성일종 의원의 말이다. “부잣집에서 바이올린 정말 열심히 가르쳐서 (…) 1등 시킨 것도 아주 대단하고 대한민국을 알린 그런 효과가 있는데, BTS는 세계 팝음악 2개를 석권했다. 클래식은 들어가 있는데 팝은 안 들어가 있다.” 반면 이후 김병기 위원은 이렇게 말한다. “(특례는) 결과적으로는 봐주는 거다. (…)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대로 놔두고 더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지, ‘이것도 해주자’는 건 틀렸다.”

논의가 공전하자 의원들의 화살은 병무청과 국방부에 향했다. 김진표 의원은 “(특례 범위 변경은) 시행령과 훈령으로 할 수 있는데 현행법 무슨 표현 때문에 (BTS는 적용) 안 된다는 거예요?”라고 묻는다. 병무청 관계자는 기준이 다르다고 말한다. ‘앨범 판매량이나 팬들의 투표’로 뽑는 대중음악상은 경연대회와 다르다는 것이다. 윤문학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특례가 적용되는) 경연대회 개념은 순수예술이든 대중예술이든 체육 분야와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경쟁을 통해 출전 자격을 부여받고, 여기서 또 경쟁을 통해 순위가 결정돼야 한다. 대중음악은 이걸 적용할 만한 ‘대회’가 없다는 것이다.

BTS 특례론은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 하지만 여론 역풍에도 이유가 있다. 성일종 의원을 비롯해 BTS 특례에 찬성하는 이들은 공정과 국익 양 측면에 부합한다고 말한다. 법안에 반대하는 의원들도 현행 특례 제도에 빈 곳이 있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형평에 안 맞는 사례가 나오는 구조다. 국익에 이롭다는 주장도 탄탄하다. 경제적 효과를 정교하게 추산해보지 않아도, BTS의 활동이 나라에 이로운 것은 확실하다. 반면 특례 반대론은 자칫 감정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실 징병제를 유지하는 뿌리는 국민의 감정적 용인이다.

“군대 가는 사람은 능력이 없어서 가나?”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병역특례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젊은 남성에게 군대는 참아야 하는 재앙이다. 병역의무와 가까운 20대 남성 82.5%는 ‘군대는 안 가는 게 좋다’고 본다. 65.3%는 더 나아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2019 병역담론의 전환을 위한 기초 연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특례 해당 사항이 없는 개인이 보기에, BTS가 가져오는 국익이나 순수예술과 대중예술 간 형평성은 제 일이 아니다. 이들은 BTS와 스스로를 비교한다. 극단적으로 BTS와 자신의 복무 중 하나를 고르라면 절대다수가 멤버 7명을 군대에 보낼 것이다. 그러나 국가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BTS 특례는 이 진실을 선포하는 의식이 될지 모른다. 이 맥락에서 ‘국위선양’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바이올린 영재, 비인기 종목 메달리스트보다 BTS가 국위를 더 선양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BTS 특례는 더 위험하다. 이 제도는 ‘성공한 사람은 군에 가지 않는다’는 생각을 퍼뜨린다. 법안소위에서 김병기 의원은 말했다. “그러면 군대에 가는 사람들은 아무 능력이 없고 국위선양을 하지 못해서 나라라도 지키라고 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으로서 BTS 특례 법안은 전망이 어둡다. 인수위는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4월20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 “병역특례가 축소되고 있는 현 시점에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적었다. 팬덤 ‘아미’마저 BTS 특례 법안의 우군이 아니다. 아미를 자처해온 인사들도 말을 아낀다. 대개는 파장을 우려해서다. 수년간 아미 활동을 해온 한 팬은 “아미 내부에서도, 아이돌 팬덤마다 제각기 생각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역린을 건드린 정치권의 공회전으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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