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9세로 세계 최고령자였던 일본인 다나카 가네 씨의 생전 모습. 1903년생인 다나카 씨는 지난 4월19일 세상을 떠났다. ⓒAFP PHOTO

지난 4월19일 세계 최고령자로 〈기네스북〉에 등록돼 있던 일본인 다나카 가네 씨가 사망했다. 향년 119세. 그의 출생연도는 러일전쟁보다 1년 앞선 1903년이다. 다나카 씨는 일본 근현대사의 거의 모든 사건을 목격하고 경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다. 그의 사망으로 일본 최고령자는 올해 115세인 다쓰미 후사라는 노인으로 바뀌었다.

2021년 후생노동성이 노인의 날(9월15일)에 발표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일본 국내에 거주하는 100세 이상 초고령자 수는 전년도보다 6060명이 늘어난 8만6510명으로 집계되었다. 일본의 초고령자 수는 51년 연속 증가세다.

일본에서 100세 이상 초고령자를 따로 집계하기 시작한 계기는 1963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이다. 그해 일본 정부는 처음으로 100세 이상 인구를 153명으로 발표했다. 100세 이상 초고령자는 1981년 1000명을 돌파하더니 1998년에는 1만명을 넘어섰다. 이후 매년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냈고, 이 추세대로 간다면 2024년에는 1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별로 보면 독도 조례안 파동으로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시마네현의 초고령자 수가 10만명당 134.75명으로 가장 많다. 고치, 가고시마, 돗토리, 야마구치현 등의 초고령자 수도 인구 10만명당 100명을 넘어섰다.

일본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초고령사회다. 전 세계적 차원에서 봤을 때 가장 빨리 늙어가는 나라로 분류된다. 유엔의 기준에 따르면, 모든 국가는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고령화사회(7% 이상), 고령사회(14% 이상), 초고령사회(20% 이상) 등으로 규정할 수 있다.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7.1%를 기록했던 1970년부터 고령화사회로 돌입했다. 후생노동성의 해당 연도 인구분포 데이터를 보면 총인구 1억467만명 가운데 65~74세가 516만명, 그리고 75세 이상이 224만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2016년 10월23일 일본 가나자와현 아시가라시의 공원에 일본 노인들이 모여 있다. ⓒEPA

일본이 고령사회로 돌입한 연도는 1995년이다. 이해 일본의 총인구로 집계된 1억2557만명 가운데 65~74세가 1109만명, 75세 이상이 717만명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6%다. 일본은 고령화사회로 돌입한 지 고작 25년 만에 고령사회 단계로 들어간 것이다. 이 같은 급속한 고령화의 원인으로 흔히 의료기술 발달에 따른 평균수명 연장을 거론한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가장 큰 원인은 단연 저출생이었다. 신생아 수가 감소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고령자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합계출생률(임신 가능한 연령대의 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지표) 추이를 보면 태평양전쟁 직후 제1차 베이비붐(1947~1948) 당시의 그것은 4.32에 달했다. 그러나 제2차 베이비붐(1971~1974) 당시의 합계출생률은 2.14로 1차 베이비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의 1989년 합계출생률은 1.57이었는데, 이 수치는 ‘미래사회를 지탱할 수 있는 최저’ 수치인 1.58보다 낮아서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일본 정부는 합계출생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직접지원 제도(출산축하금, 아동수당, 교육비 지원금 제도 등)를 강화하는 등 몸부림을 쳤다. 일부 지자체는 아예 행정기관 차원에서 ‘곤카쓰(婚活, 결혼활동)’ 센터를 여는 등 결혼과 출산을 활성화하기 위해 엄청난 자원을 퍼부었다. 그러나 2019년 일본의 합계출생률은 1.36(출생아 수 87만명)에 그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출생률이 올라가지 않으면 고령자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일본은 이미 2010년에 초고령사회(65세 이상이 총인구의 20% 이상)로 진입했다. 총인구 1억2806만명 가운데 65~74세가 1517만명, 75세 이상이 1407만명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65세 이상이 총인구의 23%를 기록한 것이다.

고령자 예산은 날로 늘어나는데

이 추세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2020년엔 총인구 1억2571만명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가 무려 3619만명으로 나타났다. 고령화 비율이 무려 28.4%다. 전 세계적 차원에서 보더라도 압도적인 1위다. 국제 통계 전문 사이트 ‘글로벌노트’에 따르면 2위 이탈리아(23.3%), 3위 포르투갈(22.8%), 6위 독일(21.7%), 11위 프랑스(20.8%) 등 주요 선진국보다 5~8%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문제는 이러한 일본의 초고령화 흐름을 차단하기가 지극히 어려운 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도 이를 사실상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후생노동성은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가 2025년에 30%를 돌파한 뒤 2036년 33.3%에 이르리라 예상한다.

초고령사회와 관련된 중대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인 국가부채 비율 등 일본의 거의 모든 국가재정 문제는 초고령사회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0년 일본 정부의 일반회계예산 내역을 살펴보면 총예산 102조6580억 엔 가운데 ‘사회보장 관계비’가 35조8608억 엔(34.9%)에 달한다. 사회보장 관계비의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이른바 ‘고령자를 위한 3대 급부 항목’이 상당 부분을 점유한다. 연금급부 12조5232억 엔(전년도 대비 3.9% 증가), 의료급부 12조1546억 엔(2.5% 증가), 개호(간병)급부 3조3838억 엔(5.4% 증가) 등이다. 고령자 3대 급부를 모두 합치면 28조616억 엔에 달한다.

반면 저출생대책비는 3조387억 엔에 불과하다. 그나마 전년도에 비해 28.9%나 늘어난 금액이다. 높은 증액 비율을 감안하면, 일본 정부가 저출생 문제에 관심이 큰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액수 자체는 고령자 관련 예산에 비해 터무니없을 정도로 작다. 또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항목으로 여겨지는 생활부조 등 사회복지비가 4조2027억 엔(전년도 대비 0.5% 증가), 고용노동재해대책비는 395억 엔(1.8% 증가)으로 편성되어 있다. 편성액이 고령자 관련 예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을 뿐 아니라 증액률도 미미하다.

2019년 4월28일 일본 도쿄 센소지 신사에서 열린 ‘나키스모(우는 씨름)’ 행사 모습. ⓒEPA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예산편성 스타일은 후생노동성 관할인 특별회계 세출 편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고령자를 위한 연금특별회계 규모가 70조2899억 엔에 달하는 반면 일하는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노동보험특별회계 규모는 4조72억 엔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일본 정부의 예산편성 스타일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고령자들은 자신이 수십 년 동안 꼬박꼬박 납부한 연금보험료를 적법한 근거에 따라 돌려받고 있을 뿐이다. 일본 정부 역시 법률적으로 규정된 연금제도 규정과 일본국 헌법(제3장 제13조 개인의 존중과 공공의 복지)에 의거해 고령자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바로 이게 문제다. 아무도 잘못한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결과에 따라 사회적 균형이 깨지고 말았다. 사회보장 예산의 대부분이 미래사회를 짊어져야 할 어린이, 그리고 지금의 사회를 지탱해나가는 노동인구가 아니라 고령자에게 지나칠 정도로 집중되고 있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잃어버린 30년’의 기원

일본의 사회보장비 항목 자체는 지난 30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합계출생률(1.57)이 1.58 이하로 나타나 사회적 충격을 줬던 1989년 전후를 기점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1995년의 고령사회 진입도 이 나라의 사회보장 시스템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사회보장 시스템이 지나치게 고령자 위주로 편성되어 세수와 세출의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일본 정부는 매년 20조 엔 이상의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적자국채는 1994년부터 매년 발행되었다. 고령사회 진입과 거의 비슷한 시기다. 그러나 일본 정부 역시 무한정으로 적자국채를 찍어낼 수는 없었다. 결국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소비세(3%) 제도를 도입하고,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인상했다(5%, 8%, 현재 10%). 소비세 제도가 최초로 도입된 1989년은 ‘합계출생률 1.57 쇼크’가 왔던 해다. 세수 증진을 위해 도입된 소비세 인상은 결과적으로 경기를 위축시켜, 이후 일본 경제를 만성적 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지게 만든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일본 경제 및 사회의 침체를 거슬러 올라가면 반드시 고령사회와 저출생이 주요 키워드로 나타난다.

나는 이 연재를 통해 지난 1년 동안 일본 사회와 정치를 줄기차게 비판해왔다. 간혹 왜 그렇게 일본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며, 왜 그렇게 비판하는지 근거를 묻는 분들을 만난다. 그때마다 ‘지금의 일본이 초고령사회를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일본은 쇠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똑같은 질문을 한국에도 던져야겠다. 아시아 제일의 민주주의, 글로벌 K 열풍을 즐기는 건 좋지만, 과연 한국 사회의 존폐 자체를 결정할지도 모르는 저출생과 고령사회에 대한 진지하고 근본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느냐고. 일본은 이 문제에 대해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식으로 방치하다가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일본보다 고령화는 덜 됐지만 저출생은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도 이젠 제대로 이 문제를 궁리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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