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소속사 ‘하이브’는 미국에서 열린 콘서트에 기자 100여 명을 초청했다.ⓒ빅히트뮤직 제공

‘이 기사는 하이브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이 말이 그렇게 어려울까? 미디어 전문지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케이팝 그룹 BTS(방탄소년단) 소속사인 ‘하이브’가 미국에서 열린 BTS 콘서트에 기자 100여 명을 초청했다고 한다. 업계 말로 ‘팸투어(Fam-Tour)’다. ‘Familiarization(익숙하게 함)’과 ‘Tour(여행)’의 합성어로, 지자체나 기업 등에서 지역이나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사진작가나 기자, 블로거 등을 초청해 관광과 숙박 등을 제공하는 일을 뜻한다. BTS는 4월8일(현지 시각)부터 4회에 걸쳐 대면 콘서트를 열었다. 기자들은 4월7일 한국에서 출발해 4월8일엔 공연, 4월9일엔 관계자 간담회를 취재하고, 4월12일 귀국하는 일정을 소화했다고 한다. 항공권, 숙소, 식사 모두 하이브가 제공했다.

자타 공인 지독한 케이팝 러버(?)인 나에게 BTS 소식은 초미의 관심사다. 라스베이거스는 못 가도 분위기나 구경할 겸 관련 소식을 기사로 접하고 있었다. 월드스타 BTS답게 연예 매체가 아닌 곳에서도 기사가 많이 나왔다. 연예계 소식이니 연예 매체의 기사가 많을 것 같았지만 경제지·일간지·통신사에서도 라스베이거스 분위기를 전했다. ‘르포’ ‘직접 가보니’ ‘직접 먹어보니’ ‘직접 체험해보니’ 등의 제목을 단 기사가 많았다.

유튜버와 블로거도 ‘유료 광고 포함’ 밝히는데

꽤 많은 언론사에서 라스베이거스에 기자를 보냈다는 사실이 의아하게 느껴진 건 한참 뒤였다. 처음엔 ‘부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부럽다. 이 시국에 취재 명목으로 해외에도 가고.’ 해외 취재를 빙자한 관광은 2016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쉽게 가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자들의 김영란법 위반 사례야 종종 나오고, 밥값 3만원 한도를 어기기 위한 꼼수도 존재한다고 들었지만 이렇게 대대적으로 기사가 나오는데 감히 그런 취재 지원을 받았으려고? 하지만 이후 나온 기사를 보니 하이브의 취재 지원이 있었고, 이것이 김영란법 위반인지 아닌지를 국민권익위원회가 사실 확인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이브는 ‘법무팀 자문을 마쳤다’ ‘국민권익위 답변을 받았다’는 입장이라고.

취재 지원과 BTS 멤버들의 병역특례 적용 여부에 대한 언론 보도와의 상관관계는 뒤로 두고, 일단 라스베이거스의 열띤 분위기를 전한 기사만 놓고 보자. 굳이 틀린 기사라고 하고 싶진 않지만 언론 소비자인 나는 속은 느낌이다. 언론사와 기자가 비용을 들여 직접 취재하고, 진심으로 기사를 쓸 것이라고 소비자들은 생각한다. ‘하이브의 지원을 받아 도착한 이곳 라스베이거스’라는 말이라도 있었다면 당했다는 느낌까진 아니었을 것이다. 2020년 유튜브 ‘뒷광고’가 논란이 되면서 유튜브 영상 여기저기에 ‘유료 광고 포함’ 문구가 붙기 시작했다. 그보다 한참 전부터 블로그 광고성 글 하단엔 ‘본 포스팅은 ○○○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란 문구를 볼 수 있다.

신뢰도를 높이는 데 대단하고 거창한 계기가 필요한 게 아니다. 이 기사를 어떻게 쓰게 됐는지, 왜 쓰게 됐는지, 정보의 출처는 어디인지 밝혀주는 작은 시도로 신뢰를 쌓을 수 있다. 독자가 정보 가치를 판단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정보는 줘야 하는 게 아닐까. 언론이 나서기 전까진 소비자인 우리들이 예민하게 기사를 볼 필요가 있다. 광고는 아닐까, 문제는 없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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