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1일, 대통령 선거 후보자 초청 1차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 주제는 경제였다. 각 후보들은 복잡한 경제 용어를 사용하며 자신이 대통령감으로 적임자임을 내세웠다. 각 후보들이 주장한 바는 어느 정도나 타당할까? 후보들이 언급한 경제 용어를 잘 모르거나, 통계를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타당성을 검증하기 어렵다. 후보들의 발언 속 스쳐간, 쉽지 않은 경제 용어들을 살펴본다.

중소기업 납품단가 물가연동제

“사실 납품단가 물가연동제는 굉장히 오랜 세월 동안 중소기업들의 숙원 과제였습니다. 그런데 그냥 뭐 대기업이나 원청하고 만나서 조정을 해봐라 이렇게 됐지만 협상 테이블 자체가 기울어졌기 때문에 될 리가 없습니다. 코로나 국면에서 납품단가 물가연동제를 법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국회사진취재단

 ‘코로나 시대의 경제대책’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심상정 후보가 한 발언이다. 심 후보는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에게 ‘중소기업 납품단가 물가연동제’(물가연동제)를 도입할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이 후보는 물가연동제 도입을 이미 약속했다고 답했다. 윤 후보는 취지에 동감한다는 논지의 발언을 했지만, 공식적으로 물가연동제를 공약하지는 않았다.

물가연동제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최근이 아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원자재 가격 폭등에도 납품단가를 조정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개선 방안을 촉구했다. 그 방안 중 하나로 나온 것이 물가연동제다. 물가연동제란 원자재의 가격이 상승해 생산원가가 올라갈 경우, 이에 발맞춰 납품단가를 의무적으로 상승시키는 제도다. 당시 원청·대기업들은 물가연동제가 시장 논리에 어긋난다며 반발했다. 결국 물가연동제는 현실화하지 못했고, 2009년 ‘납품대금 조정협의제’(조정협의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조정협의제란, 원자재 등의 가격이 크게 오른 경우 중소기업이 원청에 납품단가 조정을 신청하게 한 제도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기까지 조정협의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중앙회)를 통해 조정 신청을 가능하게 하는 등 6차례에 걸친 법 개정으로 조정 협의를 원활하게 하고자 했지만, 중소기업들로서는 여전히 조정을 신청하기 어렵다. 조정을 신청한 중소기업이 원청인 대기업에 ‘찍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 중앙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67.5%는 중앙회를 통해 조정 협의를 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원만한 거래관계 유지(65.7%), 납품단가 인상 보장이 없음(51.5%), 신원 노출에 따른 거래 단절 우려(27.0%) 등을 이유로 꼽았다.

조정협의제가 유명무실화되자, 중소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원자재 가격 인상을 감내해야 했다. 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96.9%가 대표 생산제품에 소요되는 전체 공급원가가 상승했다고 답했지만, 45.8%는 공급원가 상승을 납품대금에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 김병권 소장은 “생산원가가 폭등한 상황에서 중소기업만 그 여파를 오롯이 짊어지라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말했다.

물가연동제가 도입됐을 때 발생하는 문제는 없을까. 가장 큰 부작용으로 제시되는 것은, 기업이 혁신을 추구할 유인을 감소시킨다는 점이다. 예컨대 특정 원자재의 가격이 상승했을 때, 기업은 이를 다른 원자재로 대체하거나 원자재 사용을 효율화할 수 있다. 이는 완제품의 가격 인하로 이어져 경제 전반의 후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 소비자는 낮은 가격에 재화를 구매할 수 있고, 기업은 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 증가로 더 많은 이윤을 낼 수 있다. 반면 원자재 가격 상승을 납품단가에 연동시킬 수 있다면 혁신을 추구할 동력이 줄어든다. 이와 같은 우려에 대해 김병권 소장은 “단기간의 물가 폭등에 중소기업들이 즉각 혁신으로 대응하라는 이야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2008년 이후 물가연동제가 왜 다시 제기됐는지 그 맥락을 살펴야 한다. 대·중소기업 간 관계가 대등하다면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자연스럽게 반영되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물가연동제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RFA 자유아시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첫 마음 첫 다짐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