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7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로비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 코스피 상장 기념식.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 상장 여파가 뜨겁다. 기업공개 첫날인 지난 1월27일 LG엔솔은 공모가 30만원의 거의 두 배인 59만7000원의 시초가로 화려하게 등장해 50만5000원으로 마감했다. 시가총액이 무려 120조원에 근접해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시가총액 2위를 꿰어찼다. 그 덕분에 LG그룹도 SK그룹을 제치고 삼성그룹에 이어 그룹 시가총액 순위 2위에 올랐다.

같은 날 LG엔솔의 모회사인 LG화학 주가는 전날보다 8% 이상 급락했다. 또 다른 2차전지 관련 주식인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의 주가 또한 전날 대비 6~7% 이상 하락했다. 그리고 ‘수급 교란(수요와 공급이 한쪽으로 비정상적으로 크게 쏠리는 현상)’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더구나 이런 우려는 LG엔솔뿐 아니라 다른 우량 종목들과 관련해서도 나온다. LG엔솔이 각종 지수(index)에 편입된다는 말도 들리고, 지수들을 ‘추종’하는 펀드들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때문에 문제라는 말도 들린다. 아무리 이례적으로 덩치 큰 주식이 상장되었다고는 하지만 도대체 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를 위해서는 지수나 펀드, 그리고 ETF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아야 한다.

■ 지수 추종과 ETF

지수는 시장 상황에 관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축약해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지수의 중요성과 역할은 단순한 정보 요약 및 전달 기능보다 훨씬 더 크고 다양해진 지 오래다. 지수의 쓰임새는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나 지수에 기초한 파생상품들의 다양한 발전과 발맞추어 확장되어왔다.

지수를 ‘추종’한다는 것은 수익률이 지수의 등락과 비슷하게 움직이도록 펀드가 조성되었다는 뜻이다. 지수에 포함된 모든 종목을 해당 종목이 지수에서 차지하는 가중치만큼 사들여 펀드를 조성하면, 해당 펀드의 수익률은 지수의 수익률과 비슷하게 움직일(추종) 것이다. 만약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를 산다면 당신은 200개의 지수 구성 종목들을 일일이 사들일 필요 없이 지수와 동일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펀드는 주식처럼 시장에서 매 순간 거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고파는 데 시간이 걸리고 수수료나 운용보수 등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상장지수펀드(ETF)는 펀드들을 거래소에서 보통주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이름에 ‘상장’이 붙은 이유다)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한 상품이다. 한국에서 ETF는 2002년에 첫 상품이 등장한 이후, 2022년 1월 현재 19개 운용사가 상장시킨 539종목의 순자산가치(NAV:ETF 구성 종목들의 자산에서 부채를 뺀 가치의 총합) 총액이 70조원을 넘도록 폭발적으로 성장해왔다.

ETF의 가장 큰 장점은 유동성, 즉 거래를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펀드와 달리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ETF를 쉽고 싸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들 의무를 지운 유동성 제공자(liquidity provider) 제도도 활성화되어 있다. 단기 투자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 지수 구성 종목 변경

새로운 주식이 지수에 편입되면 해당 지수의 ‘구성 종목’이 ‘변경’된다. 그 지수에 포함된 각 종목의 가중치가 바뀌거나 어떤 종목은 지수에서 탈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의 경우 정기 변경은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다. 신규상장이나 상장폐지 등의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엔 수시 변경도 가능하다.

LG엔솔의 편입으로 바뀌는 지수는 코스피200 지수만이 아니다. 코스피 지수와 배터리 관련 지수, 리튬(2차전지 원료) 지수까지 영향을 받는다.

지수가 변경되면 지수를 추종하는 수많은 상품(펀드 등)도 포트폴리오(투자한 종목들의 집합)를 재조정(리밸런싱)해야 한다. 그래야 지수와의 가격 차이인 ‘추적오차(tracking error)’를 줄여 수익률을 비슷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엔솔처럼 시가총액이 큰 종목이 지수에 편입되는 경우 주식시장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이유다. 올해 2월 초 기준, 지수연계형으로 구분되는 공모형 펀드는 206개이며 설정액은 7조원에 달한다. ETF 공모형 펀드는 541개로 그 열 배가 넘는 72.5조원이다. 명시적으로 지수에 연계된 펀드들만 이 정도인데, 이에 더해 기관투자자들 역시 지수의 수익률을 벤치마킹하며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LG엔솔 상장 이후 약 일주일 동안 기관투자자들은 LG엔솔을 3조7400억원어치 매수했다. 그중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기금이 사들인 액수만 2조5000억원 수준이다. LG엔솔 상장과 관련해 국민연금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는 이유다.

문제는 이 정도의 금액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다른 종목들을 상당량 매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 아무리 우량주라 할지라도 수급 충격에 의한 가격 하락을 피할 수 없다. 이번 사태를 두고 ‘수급 교란’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LG엔솔 상장 이후 연기금이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들은 삼성전자와 삼성SDI, SK하이닉스, LG화학 등이다. 매도한 금액은 이 네 종목만 5000억원을 웃돈다.

ETF 같은 펀드들이 지수 변경을 곧바로 반영해 추적오차를 줄이려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국민연금까지 그럴 필요가 있을까? 평가가 1년 단위로 이루어진다면 굳이 지금 LG엔솔을 사들이려고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어떻게 보면 지금이 LG엔솔을 사기에는 최악의 시기일 수도 있다. 수많은 펀드들이 LG엔솔을 사기 위해 줄을 서 가격을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느긋하게 천천히 사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그러나 조금만 더 자세히 관찰해보면, 국민연금이 해당 시기에 LG엔솔을 매입한 사정을 알게 된다. 국민연금의 자금 920여조 원은 크게 직접운용과 위탁운용을 통해 운용된다. 비중이 각각 55.6%와 44.4%다. 이 중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위탁운용이다. 위탁운용사는 1년 단위가 아니라 ‘수시로’ 평가·관리된다. 국민연금의 어느 위탁운용사가 LG엔솔의 현재 가격이 너무 비싸 천천히 사기로 했다고 치자. 그런데 불과 며칠 동안 LG엔솔 주가가 엄청나게 더 상승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운용사는 국민연금으로부터 질책을 듣게 될 것이다. 국민연금이라는 엄청나게 큰 고객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운용사 입장에선 서둘러 LG엔솔을 살 수밖에 없는 동기가 존재한다.

게다가 남들 다 사놓은 LG엔솔을 나만 안 사고 있으면 나중에 혼자 두들겨 맞기 십상이다. 망해도 같이 망하는 게 남들 망할 때 혼자 성공하는 것보다 낫다고, 케인스도 말하지 않았던가. 자신의 고집을 꺾고 그저 남들 하는 대로 쫓아가는 ‘허딩(herding)’은 생각보다 자주 최선의 방책이 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 ETF는 변동성을 키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LG엔솔 상장과 지수 편입이 펀드들의 리밸런싱을 촉발해 시장의 변동성을 키운 것이 ‘LG엔솔 소동’의 내용이다. 그런데 인덱스펀드의 발전 자체가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는다는 의견도 있다. 학계에서는 이미 엄밀한 연구들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제프리 워글러 뉴욕대학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미 10년 전에 인덱스펀드가 초래할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다우존스지수가 생긴 1884년 이래 주식시장 전체를 대표하는 지수(stock market index)의 개수는, 논문을 쓸 당시까지, 해마다 5% 정도씩 늘었다. 인덱스펀드가 커버하는 주식의 범위 또한 크게 증가했다. 이미 살펴보았듯 지수 편입은 그 종목들의 펀더멘털과 무관한, ‘수급 불일치’에 의한 유동성 쇼크(liquidity shock)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지수에 편입된 종목의 가격이 같은 지수 내 다른 주식들의 가격과 함께 움직이는 정도인 ‘동조성(comovement)’이 편입 이후 크게 증가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인덱스펀드는 지수 구성 종목들을 한꺼번에 대규모로 사고파는 거래를 수반한다. 예를 들어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수 구성 종목들을 모두 매입해야 한다. 종목당 지분 보유에 상한이 있다면 몇 종목의 가격이 지나치게 오를 경우, 그 종목들 일부를 팔고, 다른 종목들을 편입해 넣어야 한다. 또 지수와 구성 종목들의 순자산가치가 괴리되어 있다면 이를 이용한 차익 거래 과정에서 구성 종목들을 대량으로 사고팔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더구나 인덱스펀드가 많아지고 다양화되면서 이런 식의 대규모 거래는 수많은 펀드들을 대상으로 한꺼번에 벌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게 되면 지수 구성 종목들끼리 수익률의 상관관계, 즉 동조성이 높아지고, 펀드로 자금이 들어가고 나가는 흐름(fund flow) 또한 펀드들 간에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게 된다. 결국 이는 시장에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때로는 주식시장의 폭락(crash)을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저자는 2010년 5월6일의 ‘플래시크래시’(다우존스지수가 갑자기 998.5포인트나 폭락하고, 이후 불과 20분 이내에 600포인트 이상을 회복한, 최단기간에 최대 폭락과 회복을 보인 사건)와 1987년 주식시장 대폭락을 이와 같은 메커니즘이 작동한 사례로 들고 있다. 플래시크래시의 경우 ETF가 보유한 지분이 큰 종목일수록 가격 등락이 더 컸음이 잘 알려져 있다.

굳이 주식시장 폭락 같은 유별난 사건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ETF가 많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일수록 변동성이 높다는 사실은 이미 실증적으로 증명된 바다. 특히 ETF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다른 전통적인 펀드들과 달리 보통주처럼 거래되기 때문에 가격이 매 순간 변화하며 유동성 또한 높다는 데서 나온다. 이 같은 ETF의 특성은 순자산가치와의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를 가능하게 해줌으로써 설령 지수 변경이 없다고 하더라도 주가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ETF 가격이 순자산가치보다 높다고 해보자. 그리고 매수 포지션은 가격이 오를 때 이익을 내는 포지션(삼성전자를 8만원에 샀으면 그 이상 올라야 돈을 번다)이고, 매도 포지션은 가격이 떨어질 때 이익을 내는 포지션(삼성전자를 8만원에 공매도했으면 그 이하로 떨어져야 싼값에 다시 사서 빌려온 주식을 갚아 이익을 챙길 수 있다)임을 기억하자.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ETF의 가치는 순자산가치와 같아질 것이다. 이후 ETF 가격은 하락할 것이고, 구성 종목들의 총가치는 오를 거라는 말이다. 그러니 이를 이용한 차익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ETF를 매도하는 동시에 구성 종목 모두를 매수해야 한다. 만약 ETF 가격이 순자산가치보다 낮은 경우라면 매수-매도 포지션을 반대로 잡으면 된다. 유의할 점은, ETF와 순자산가치가 괴리되면 이 같은 차익거래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차익거래들은 ETF 구성 종목들을 한꺼번에 거래하는 방식을 포함한다. 이는 지수 편입이나 그에 따른 리밸런싱 없이도 구성 종목들의 변동성을 높이는 메커니즘이 된다.

최근 한재훈 연세대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실증적 증거가 한국 시장에도 존재함을 보였다.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ETF가 많이 보유한 종목일수록 변동성이 컸다. 변동성 증가는 ETF가 많이 보유한 종목일수록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가 많고, 매수와 매도 어느 한쪽으로의 쏠림이 많아지기 때문에 나타나고 있었다.

■ 얕은 시장의 설움과 유동성 비용

1월22일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1.35%, 코스닥은 1.83% 내렸다. ⓒ연합뉴스

LG엔솔 정도의 주식이 상장되고 나서 다양한 지수들에 편입될 것임을 예측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원할 주식의 유통 가능 물량이 왜 이렇게 적게 풀린 것일까?

상장일에 풀린 유통 물량은 전체 주식의 8.8%인 2070만 주였다고 한다. 유통 물량이 적은 이유는, LG엔솔의 지분을 80% 이상 보유한 LG화학이 보유지분을 상장 후 6개월간 팔지 않기로 하고, 상장 후 15일에서 6개월까지 의무 보유를 약속한 기관에 많은 물량이 배정되었기 때문이다. LG엔솔의 유통 물량은 지난해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11.6%)나 SK아이이테크놀로지(15.0%), 또는 카카오뱅크(22.6%)보다 현저히 낮다. 유통 물량이 적으면 초과수요가 높아져 상장일의 주가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지수 편입으로 인한 효과까지 생각하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유통 주식이 조금 더 풀렸다면 유동성 비용 또한 그만큼 줄었을 것이다. 부족한 유통 물량은 시장에 강력한 유동성 충격(liquidity shock)을 가져온 중요한 요인이다.

LG엔솔을 매수하기 위해 다른 우량주들을 매도하더라도 다른 많은 펀드들이 이를 사주었으면 큰 소동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사실 펀드들의 리밸런싱이 일어나는 기간은 오히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우량주들을 저가 매수하기에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아쉬움은 사실 한국 주식시장이 투자자들의 다양성이나 거래량, 그리고 유동성 면에서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음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시장을 ‘얕은 시장(thin market)’이라고 부른다. 얕은 시장에서는 많은 투자자들이 효율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LG엔솔 소동이 LG화학 주주들에게 미친 영향을 정리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 LG엔솔 물적분할로 인해 모회사인 LG화학의 주가가 크게 떨어진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 LG엔솔이 상장하면서 지수에 편입되고 많은 펀드들의 리밸런싱이 일어나면서 LG화학 주가는 또다시 내려갔다. LG엔솔이 2차전지 지수나 ETF에 편입되는 반면, 배터리 부문이 사라진 LG화학은 해당 지수들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주가 하락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어서 LG화학은 공매도 투자자들의 집중 공격까지 받았다.

예탁결제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자자의 외화 주식 결제대금은 3984억7000만 달러(약 474조원)에 달해 그 전년보다 두 배 증가했다. 그리고 전체 외화 주식 결제 규모의 90% 이상이 테슬라와 애플 등 미국 주식이었다고 한다. 투자자가 떠나면 시장은 더욱 얕아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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