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는 심금을 울리는 제목이다. “38도는 미열, 회사를 쉬는 건 40도부터!”라며 아픈 걸 참고 출근하는 모습에서는 눈가가 뜨거워지고, “경영자 마인드로 열심히 일할 테니 경영자의 월급을 주세요”라며 차분하게 대응하는 모습에서는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렇지만 이 모든 말은 속으로 되뇔 뿐 입 밖으로는 꺼낼 수 없다. “이제 힘들기도 힘들고, 지치는 것도 지쳤다”라고 혼잣말이라도 할라치면, 그간 고생이 많았다며 앞으로는 집에서 편히 쉬라는 답변이 돌아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팀장의 부조리한 행태나 회사의 낙후된 시스템을 메신저에서 아무리 시끄럽게 욕한다 해도 팀장과 회사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불만을 삭일 수 있다면 그들은 오히려 고마워하지 않을까. 속 시원하게 떠들고 나서 텅 빈 마음을 달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물론 둘 중 하나를 고르기보다는 둘 다 섭렵하는 걸 추천한다. 첫째는 〈회사의 언어〉(김남인 지음, 어크로스 펴냄)를 배우는 방법이다. 이는 “업무와 사람을 대하는 자질과 태도”를 뜻하는데, “업무를 동료와 상사의 시각, 더 넓게는 회사의 시각으로 이해하고 표현하는 언어”다. 회사의 언어를 익히는 건 적극적으로 상황을 타개하고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태도라기보다는, 회사 안에서 벌어지는 숱한 상황이 놓인 맥락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세다. 다시 말해 다른 이에게 우리 회사가 최고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어도, 입사하겠다는 친구나 후배를 말릴 정도는 아니어야 적용이 가능한 선택지다.

‘일터괴롭힘’인지 아닌지 체크해볼까

두 번째 선택지는 회사 쪽으로는 소변도 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거나 지인이 그곳에 입사한다면 내가 월급을 대신 주고서라도 말릴 법한 곳에서 꼭 익혀야 할 방법이다. “오늘 일하면서 존중받았습니까, 모욕받았습니까?”라 물으며 시작하는 책 〈일터괴롭힘, 사냥감이 된 사람들〉(유은숙 외 지음, 코난북스 펴냄)은 실적 부진이나 업무 실수를 이유로 고함을 치거나 욕을 하는 일, 일의 연장이라며 회식을 강요하거나 불가능한 마감을 정해놓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무능력자로 만들어버리는 일 등 “노동자의 존엄성과 인격을 모독하고 권리를 위협하는 일체의 태도와 행위”를 ‘일터괴롭힘’이라 정의한다. 이는 심할 경우 자살에까지 이를 수 있는 고통이니 각자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자신의 회사가 일터괴롭힘이라 제시하는 조건에 적용된다면, 이 책을 선택지가 아니라 응급치료로 받아들이고 시급히 문제 해결을 위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RFA 자유아시아방송 윤무영〈/font〉〈/div〉최근 회사·직장 생활 관련 책이 여러 권 출간돼 주목받고 있다.

이렇게 최근에 나온 회사 관련 책을 일별하니 지금 다니는 회사에 문제가 많아서 이런 책에 관심이 가는 건지, 회사에 별 문제가 없으니 여유가 생겨서 남의 회사 일에도 관심을 갖게 된 건지 헷갈린다. 물론 노사협의회 노측 위원으로서 응당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주제이긴 하나, 석 달에 한 번, 생활 편의와 복지 혜택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그곳에서는 불만보다는 부탁이, 요청보다는 제안이 오가는 터라 역시 ‘노측 위원’보다는 ‘근로자 위원’이라는 행정 용어가 어울리는 게 사실이다. 앞서도 말했듯 회사 욕을 실컷 하고서도 다음 날 아침이면 지친 몸을 이끌고 그 회사에 다시 출근해서 웃으며 인사하고 땀 흘리며 일해야만 하는 숱한 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함께하자고 말을 건네야 하는 건지 궁금했고, 혹시라도 대화가 이루어지고 응답이 온다면 근로자 위원, 아니 노측 위원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공부가 필요하기도 했다. “회사 생활 1, 2년도 아닌데 왜 이제야”라고 생각하면 답답한 노릇이지만, “회사 생활 1, 2년 할 것도 아닌데”라고 생각하면 기특한 노릇 아니겠는가. 모쪼록 여러분의 회사 생활도 1, 2년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저작권자 © RFA 자유아시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첫 마음 첫 다짐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