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3일 〈뉴욕 타임스〉에 실린 광고 한 편과 논란 덕분에 문화 알리기의 어려움에 대해 새삼스레 생각하게 되었다.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 추신수 선수가 뉴욕의 독자들에게 평상복 차림으로 불고기를 들어 보이며 먹어보라고 권유하는 광고였다. 이 광고는 한국에는 이미 잘 알려진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2005년부터 독도 알리기 캠페인으로 시작해 배우 송일국·이영애씨 등과 함께 우리 음식을 통해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이 광고가 논란이 된 것은 한국인에게는 너무나 익숙하고 잘 알려진 음식문화이고, 대중적인 스타들이지만, 막상 이 광고의 대상은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광고 전문지 〈애드위크(Adweek)〉는 “올해 가장 괴상한 광고”라며 혹평했고, 한국 문화에 정통한 한국 문화 블로그 운영자인 조 맥퍼슨은 한 매체에서 “그들은 한국인들에게 ‘우리가 이런 걸 하고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라며 광고의 목적과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광고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논란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광고가 효과적이었다고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이 논란을 지켜보면서 우리 문화를 알리기 위해선 상대의 문화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며, 문화를 통한 소통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어떻게 ‘번역’할지 궁리해야 한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 것이라 여겼다.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의 저자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글로벌시대의 문화 번역〉(또하나의문화)이라는 저작을 통해 지구화 시대, 급변하는 일상의 경험을 글로벌리즘과 연결해 설명할 수 있는 실천적 개념으로 ‘문화 번역’을 제시해온 지식인이다. 김 교수에게 문화 번역이란,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의미 있는 해석을 만들어내는 행위이자 우리 안에 있는 문화적 다양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문화적 타자들의 삶에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행위이다. 전작이 일종의 이론적 토대를 다지는 작업이었다면,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는 지난 10여 년간 현장에서 여러 형태의 이주자들을 직접 대면하고 인터뷰하면서 이론을 현실에 접목하고 실천한 결과물이다.

이주자 동화정책이 돼버린 다문화 정책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서경덕 제공〈/font〉〈/div〉〈뉴욕 타임스〉에 실린 광고(위)가 논란이 되었다.
현재와 같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가 변화하지 않고 지속된다면 신자유주의적 자본의 흐름과 이동에 대한 작용으로서의 ‘이주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2010년 실시한 한 통계자료를 보면 응답자의 75%가 ‘한국은 다문화 사회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실제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OECD 국가별 거주 외국인 수 증가율’ 비교에 따르면 한국은 19.86%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다문화 가족 구성원들이 느끼는 사회적 차별 경험은 2009년 36.4%에서 2012년 41.3%로 도리어 증가했다. 본래 ‘다문화주의’란 개념은 시민사회가 처음 도입한 것이었지만, 정부가 이를 수용해 정책화하는 과정에서 다문화 정책은 이주자 동화정책이 되어버렸다.

김현미 교수는 외국인 이주자같이 ‘주변부화’된 사회적 약자들은(여성들이 그러했듯) 주류에 속한 사람이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것을 아는 통찰력을 갖게 되며 우리 사회가 좀 더 민주적인 사회가 되기 위해선 이들의 언어를 경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경청의 수혜자는 바로 우리 자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 사회가 속물적 물신주의(자본주의)에 포박된 주체로서 돈과 외모를 사람됨의 기준으로 삼는 데 익숙해졌고, 극단적인 계층 분화로 인해 문화 번역이 필요할 만큼 서로 교감하고 공감하기 어려운 세계에 살게 되었다는 위기의 방증이 이 책이라는 생각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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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마음 첫 다짐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