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일 서울 프레스센터.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온라인 뉴스 유통 서비스의 현황과 쟁점’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4월 네이버가 새롭게 선보인 뉴스 스탠드를 평가하는 자리였다. 네이버로 대표되는 포털의 뉴스 유통에 비판적인 언론학자와 전문가들이 발제자로 나섰고, 뉴스 스탠드 도입 이후 트래픽이 격감한 언론사 쪽이 토론자로 나섰다. 네이버 뉴스 스탠드를 설계한 유봉석 NHN 미디어서비스 실장도 토론석에 앉았다. 숫자로만 보면 사실상 8대1의 토론이었다.

네이버에 대한 집중 포화가 쏟아졌다. “이용자들에게 매우 불편한 서비스” “연성 뉴스를 부추기는 원인” “뉴스 스탠드는 실패한 체제” 등 쓴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유봉석 NHN 실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유 실장은 “뉴스 스탠드 이후 언론사들이 줄어든 뉴스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 선정적인 편집을 더 하고 있다”라며 책임을 언론사에 돌렸다. 그는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이라는 개념으로 언론사를 에둘러 비판했다. 개방된 목초지(네이버)에서 자기 이익만을 위해 더 많은 소를 풀어놓다 보면 결국은 풀이 말라 모든 소(언론사)가 굶어 죽게 되는 것처럼, 언론사 스스로 양질의 기사를 내보내기 위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뉴스 스탠드 시스템에 변화는 없다”라고 단언했다.

이날 토론은 네이버 뉴스 서비스 분야에 국한되었지만, 네이버의 위상과 현재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우군은 없고 비판은 쏟아지지만 그래도 갈 길을 가겠다는 IT 업계의 ‘슈퍼 갑’, 네이버의 맨얼굴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영업이익률, 삼성전자보다 두 배 높아

네이버 파워는 새삼스럽지 않다. 숫자로 네이버 파워를 살펴보면,  회원 수 3300만명, 1일 페이지뷰 10억 회, 1일 방문자 1700만명, 1일 검색어 입력 횟수 1억3000만 회, 지식 쇼핑 상품 1900만, 검색 점유율 70%에 이른다. 1999년 6월 ‘항해하는 사람’을 뜻하는 내비게이터(navigator)에서 이름을 따 출범한 네이버(naver)는 2003년부터 포털 업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27개 계열사를 거느린 모기업 NHN은 지난해 매출액만 2조3893억원(이 가운데 인터넷 검색 광고 매출은 1조487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7026억원을 벌었다. 영업이익률(29%)은 삼성전자(15%)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시가 총액이 12조원을 넘어서면서 벤처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시가총액 상위 30위 기업에 포함되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윤무영〈/font〉〈/div〉
그럼에도 네이버의 성장 이면에는 늘 ‘IT업계의 공룡’ 또는 ‘포식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네이버가 뛰어든 분야마다 ‘슈퍼 갑’의 횡포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이버 파워는 70%에 달하는 검색 점유율 우위에서 시작한다. 네이버는 포털의 본래 취지인 검색 통로로서의 출입문 제공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정보를 가두어 노출시키는 가림막 방식으로 힘을 키워왔다(클릭당 3만5000원 무서운 키워드 이야기 기사 참조) 검색 점유율은 NHN이 검색광고 회사로 설립한 NBP(NHN 비즈니스 플랫폼)의 검색광고 시장 점유율 71%(2012년)로 그대로 이어졌다. 이렇게 검색 점유율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진출하는 분야마다 경쟁사들을 고사시켰다. 온라인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대표적이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ㅁ부동산을 운영하는 김기섭씨(56·가명)는 2006년 부동산뱅크 체인점으로 등록했다. 체인점으로 등록하고 연회비를 내면, 포털 서비스에 자신이 낸 매물이 소개되었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들이 부동산 관련 중소업체들을 입점시켰던 때이다. 컴맹에 가까웠던 김씨도 그때 포털 파워를 실감했다. 부동산 사무실로 찾아오거나 전화하는 손님들은, ‘발품’보다는 클릭으로 ‘손품’을 파는 손님이 많았다.

부동산114·부동산1번지·부동산써브 같은 중소업체들을 끌어들여 노하우를 익힌 네이버는  2009년 직접 부동산 정보 서비스에 나섰다. 이에 대해 한국부동산정보협회가 공정위에 신고를 하며 맞섰지만, 결과는 한국부동산정보협회의 해체로 끝났다. 네이버가 부동산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회원사들이 줄줄이 도산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정보협회 회원사였던 한 인터넷 중개업소 관계자는 “고객 80~ 90%가 네이버를 통해 매물을 검색하는데 굳이 우리 사이트로 들어오겠나?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신규 분야에 진출할 때마다 내세우는 단골 명분이 있다. 바로 이용자인 고객 편의이다. 부동산 서비스를 시작할 때도, 허위 매물을 막아 이용자 편의를 높이겠다고 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에게는 다양한 고객 확보가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이 말을 들은 김기섭씨는 이전에 속해 있던 부동산뱅크에서 탈퇴했다. 그러고는 그도 네이버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부동산뱅크에 비해 네 배나 비싼, 6개월에 200만원의 비용을 내며 그는 오늘도 네이버에 매물을 등록한다. 김씨는 “이용료가 비싸지만 장사가 되든 안 되든 네이버에 매물을 올려야 한다. 비싸다고 빠져버리면 경쟁자가 많아 다시 입점하기가 힘들다”라고 말했다.

전자책 분야까지 진출하나?

그렇다면 네이버가 내세운 명분인 허위 매물이 사라졌을까? 서울 강북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전세 매물의 경우 이미 매매가 끝난 매물도 네이버에 올려놓는다. 그래야 전화라도 오고, 다른 매물을 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도 다 안다”라고 말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뉴시스〈/font〉〈/div〉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국회 세미나에서 네이버를 겨냥해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부동산 서비스 외에도 10여 곳에 달했던 가격 비교 사이트는 네이버가 ‘지식쇼핑’을 시작하면서 초토화되었다. 샵바인더·야비스·오미·마이마진 같은 중소 가격 비교 사이트 대부분은 도산했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곳은 에누리·다나와 등 2~3곳이다. 네이버가 지난해 선보인 오픈마켓 샵N에 대해서도 전형적인 수직계열화라는 비판이 이는 가운데 G마켓과 옥션, 11번가, 인터파크 등 기존 빅4 사업자들과 충돌하고 있다. 지난 4월 NHN이 모바일에서도 지식쇼핑 수수료를 받겠다고 하자 이들 빅4 사업자가 모바일에서 상품 데이터베이스를 빼는 등 갈등을 빚은 것이다. 네이버는 “11번가(SK 플래닛)·옥션·G마켓(이베이 코리아) 등 이미 대기업들이 뛰어든 분야라서 골목상권 침해도 아니며, 셀러(판매자)에게도 판매처가 늘어나는 혜택이 있다”라고 항변한다. 기존 쇼핑몰을 운영하는 김 아무개씨는 “그럼 네이버가 챙겨가는 수수료는 뭔가?”라고 반문했다.

네이버가 지난 1월 웹소설 분야에 진출하면서 전자책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농반진반으로 “네이버 메뉴에 등장하는 메뉴는 그동안 네이버 때문에 쓰러져간 전우 목록으로 보면 된다”라며 말했다.

네이버 파워가 커지면서 견제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박근혜 정부 이후 더 거세다. 지난 5월13일부터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가 중소 콘텐츠 사업자와의 거래에서 부당하게 가격을 결정했는지, 인터넷 포털 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또 27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줬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조사 결과는 연말께나 나올 예정이다.

공정위 조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 판도라TV 등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이 네이버를 공정위에 제소했다. 네이버 사이트에서 검색되는 판도라의 동영상 안에 광고를 붙이는 것을 네이버가 막았다는 이유였다. 이듬해 5월 공정위는 네이버가 검색시장에서의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판도라TV 등 동영상 업체의 광고 영업을 제한했다며 2억2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네이버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앞세워 행정소송을 냈고, 2009년 10월 서울고등법원은 “포털 서비스에는 검색과 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검색만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볼 수 없다.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취소하라”며 네이버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사건은 공정위가 다시 상고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 소송에 깊숙이 개입해 네이버의 승리를 이끌어낸 장본인이 판사 출신으로 당시 경영관리본부장을 맡았던 김상헌 현 NHN 대표다.

전방위 비판에도 승승장구 가능성

IT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구원(舊怨)’이 있는 네이버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것으로 본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깃발도 공정위에 힘을 실어준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사를 진두지휘하는 노대래 공정위원장이 최근 국회에서 열린 경제정책포럼 강연에서 “IT 업계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경쟁사를 배제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게 중요해졌다”라고 말한 것이 상징적이다. 네이버를 직접 겨냥한 발언으로 읽히면서 예사롭지 않다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앞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도 “갑을 문화로 희생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소프트웨어 업계인데 NHN에서 중소업체가 프레젠테이션을 하면 ‘별거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 가져가 쓰는 일이 있다”라고 군불을 땠다. 새누리당과 민주당도 네이버 규제 법안에는 이심전심 합의했다. 뉴스 스탠드 도입 이후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대다수 매체도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조·중·동은  ‘창조경제 발목잡는 공룡 네이버’라는 식으로 비판의 강도가 세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자료: 네이버〈/font〉〈/div〉
자료: 네이버

이처럼 보수와 진보, 여야를 가리지 않는 압박에도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당분간 승승장구하리라는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한때 모바일 환경이 가속화하면 네이버에 위기가 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현재 모바일 검색 점유율 역시 네이버가 PC 점유율과 비슷한 70%를 웃돌고 있다. 다음은 15% 안팎이다. 네이버 파워를 만든 PC의 검색 점유율이 그대로 모바일로 옮아온 형국이다.

네이버 출신의 한 IT업계 관계자는 “10년 이상 지속된 네이버의 독보적인 위상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사회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새겨듣지 않는다면 갈 길이 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7월2일 네이버 위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토론회에서 나온 ‘공유지의 비극’을 네이버 지식백과사전에서 검색해 컴퓨터 화면으로 보여주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네이버 담당자가 했다며. 생물학자 가렛 하딘이 언급한 공유지의 비극은 교훈적이다. “남을 희생시켜서라도 끊임없이 자기 이익과 권리의 극대화를 추구할 경우, 결과적으로 자신을 포함한 공동체 전부가 피해를 입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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