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시리즈를 시작하며 첫 출장을 떠난 것이 대선 다음 날이었다. 하필이면 출장지는 호남. 조금 걱정이 되었다.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라 이 지역 사람들이 예민해져 있지는 않을까 해서였다.

그런데 기우였다. 조합원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취재진을 맞아주었다. 첫 취재지인 전북 완주 용진농협에는 때마침 경북 달성군 농민들이 와 있었다. 용진농협이 운영하는 로컬푸드 매장을 참관하러 온 농민들이었다. 경상도 사투리로 왁자지껄 떠드는 이들에게도 용진농협 쪽 사람은 그저 쿨하게 인사를 건넬 뿐이었다. “아이고, 그 동네에서 대통령을 배출하셔서 참 기쁘시겠습니다”라고.

대선이 끝난 뒤 여기저기서 ‘멘붕’이라는 말이 들렸다. 그런데 지난 몇 달간 협동조합을 취재하면서 느낀 것이,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정치적 부침에 따른 영향을 덜 받는구나 하는 것이었다. 특히 마을이나 공동체 기반이 단단한 곳일수록 더 그랬다. 


요새 발에 차일 만큼 흔한 말이 힐링이다. 그렇지만 영화 한 편 본다고 과연 힐링이 될까? 유명 인사의 강연을 듣고 책을 찾아 읽는다고 상처가 치유될까? 이번 호 문화면에도 소개됐지만, 〈녹색평론〉 3~4월호에 실린 흥미로운 좌담 ‘힐링·멘토 열풍에 대하여’에는 ‘힐링의 공공성’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어쩌면 ‘나’에게만 집중하는 힐링은 한계가 뚜렷하다. 힐링을 갈구하면 할수록 자기 자신에 몰입하면서 세상과는 오히려 단절되기 때문이다. 반면 옆 사람을 돌아보는 힐링은 다르다. 옆 사람을 돌아보고 내가 혼자가 아님을 느낄 때, 내가 힘들어 뒤처져도 누군가 기다려주고 함께해줄 것을 믿고 기대할 수 있을 때 진정한 내면의 평화가 찾아든다.

협동조합 사람들이 흔들리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협동조합은 본시 약자들의 조직이다. 힘없고 가진 것 없기에, 그럼에도 현실은 절박하기에 뭉친 이들이다. 협동조합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들은 서로에게 끊임없이 놀란다고 말한다. 혼자서는 도저히 엄두도 낼 수 없었을 일을 쓱쓱 해치우는 협동의 위력 때문이다. 거기에 진짜 보너스는 사람.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이웃을 만났기에 이들의 삶은 갈수록 충만해진다. 이쯤이면 ‘협동조합으로 힐링하기’에 당신도 도전해보고 싶지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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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마음 첫 다짐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