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빅3 컨설팅 보고서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대선 부동층을 대상으로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치 소비자인 유권자의 속내를 분석하고, 세 후보에 대해 컨설팅 보고서를 썼다. 선거전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전략기획 과정을 보여주는 최초의 시도다.

부동층 움직이는 법 ①안철수를 위한 컨설팅
부동층 움직이는 법 ②문재인을 위한 컨설팅
부동층 움직이는 법 ③박근혜를 위한 컨설팅


“4050 저소득층이 문재인의 돌파구”


‘문재인 지도’(〈그림 2〉)를 받아든 김도훈 대표는 한참 동안 한 곳을 응시하더니 펜으로 툭툭 두드렸다. 4050 저소득층. 의례적인 ‘단일화’ 키워드 말고는 아예 비어 있다. 간단히 말해, 문재인에 관심이 없다.

고연령 저소득층이 야권 후보의 무덤이라는 것은 정치판의 상식이다. 새로울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마케팅 컨설턴트의 눈은 달랐다. 기자가 의아해하자 김 대표는 먼저 아랫동네 2030 저소득층의 ‘스토리’ 키워드를 가리켰다. “이게 스토리가 좋다는 뜻이 아니에요. 인터뷰 내용을 보면 스토리가 ‘비슷’하고 별게 없어 보인다는 뜻입니다. 문재인 후보는 마케터 처지에서 팔 수 있는 스토리가 풍부한 상품인데, 정작 시장에서는 정반대로 인식되고 있어요. 전형적인 ‘위기이자 기회’ 국면입니다.”

갈수록 아리송하다. 무슨 뜻일까. “팔기 좋은 상품과 넓은 시장이 만나지를 못하고 있는 거죠. 문재인이라는 상품을 팔려면 4050 저소득층 시장을 포기하면 안 됩니다. 이 층은 안보와 군 복무에 가장 민감한 층이어서 특전사 문재인이 먹힐 수 있고, 문 후보와 삶의 궤적도 거의 같아요. 오히려 핵심 시장입니다.”

 

 

 

 

 

ⓒ뉴시스이번 분석에서 문재인 후보는 4050 저소득층을 포기하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층은 삶의 궤적이 거의 같아 특전사 문재인의 이미지가 먹힐 수 있는 핵심 시장이다. 사진은 특전사전우회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후보(가운데).

 

 

그러고 보니 떠오르는 게 있다. ‘대한민국 남자’. 문 후보 동년배의 정서에 호소하겠다며 문재인 캠프가 야심차게 내놓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하루 만에 철회한 슬로건이다. 요즘 문재인 캠프에서는 일종의 ‘금기어’다. 의외로 그 방향이 맞았던 것일까? “사실 방향은 맞아요. 그런데….” 김 대표가 말을 흐렸다.

악마는 각론에 숨어 있다는 말이 있다. 해법도 그렇다. 문제는 디테일이다. “문재인은 민주화 운동을 했고, 특전사였고, 인권변호사였고, 대통령이 신뢰하는 친구였고, 국정 2인자였습니다. 스토리 끝내주죠? 그냥 내놔도 팔릴 것 같은데, 문제는 전부 ‘영웅담’이에요. 부담스러워요. 평범한 동시대인에게 삶의 궤적이 맞닿아 있다는 느낌을 못 줍니다. 쥐죽은 듯 살았던 평범한 사람은 오히려 마음 빚이 생겨요. 그러면? 마음이 불편하니 관심을 끊어버리죠.” 김 대표는 지도에서 텅 빈 4050 저소득층을 다시 툭툭 두드렸다.


4050 저소득층이 문재인의 돌파구

돌파구는? “공감이란 동세대에 대한 인정입니다. 저라면 영상으로 보여주겠어요. 문재인의 민주화 투쟁과 장삼이사의 그 시대 생존투쟁을 동격으로 오버랩할 겁니다. 군대식이었던 학교, 특전사 같은 영웅 이미지 말고, 정말로 험했던 군 생활, 장발단속에 통금,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한 투쟁…. 우리 함께 열심히 싸웠다고, 잘 해내셨다고 손을 내미는 거죠. 문재인은 이 세대와 같은 삶의 궤적을 가진 유일한 후보입니다. 그걸 살려야죠.” 최소한 스윙층에 한해서라면, 4050 저소득층이 오히려 야권 후보 문재인의 방아쇠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이런 ‘공감 전략’은 박근혜 후보를 상대로 ‘거울 효과’(나의 강점을 드러내서 자연스럽게 상대의 약점이 부각되는 효과)를 낸다. 박 후보를 공격하지 않고도, 일반과 유리된 박 후보의 삶의 궤적을 효과적으로 폭로한다. 시대공감·헌신·가족이 대(對)박근혜 전략의 핵심 키워드가 된다.

지도 오른쪽으로 눈을 돌려 고소득층을 보자. ‘국정’ 키워드가 문재인을 감싸고 있다. 이 역시 국정 경험이 있다는 긍정 평가가 아니다. 인터뷰 원문을 보면, 참여정부 핵심 멤버였으니 한계도 비슷하지 않겠느냐는 의미다. ‘예전’ ‘야권’의 그림자가 보이고, ‘민주당’이라는 틀도 ‘참신’하지 않다고 느낀다. 고소득 스윙층에서 문 후보의 국정 경험은 오히려 감점 요인이다. 

 

 

 

 

 

 

 

수권 경험이 안철수에 대한 비교우위이다. 예비내각을 통해 친노 ‘극복’보다는, ‘진화’를 보여줘야 한다. 이는 정치 경험이 없는 안철수에 대해 거울 효과를 낸다.

 

 

김도훈 대표는 “문재인의 이미지가 노무현과 지나치게 겹치게 나온다”라고 말했다. 이를 선호하는 이들은 이미 문재인 지지층으로 이동했고, 찜찜해하는 층이 스윙보터로 남아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친노를 버리고 가야 한다는 흔한 주장에는 고개를 저었다. “수권 경험은 문재인의 자산이자 안철수에 대한 비교우위입니다. 여기서 출발해야 합니다. 안철수 지도에서 끊임없이 집행 능력이 의심받는 걸 보세요. 물론 참여정부 그대로 하겠다는 걸로는 더 답이 없지요. 신선한 새 인물과 수권 경험이 조화를 이룬 예비내각으로 안 후보와 경쟁하는 게 답입니다.” 수권 경험이라는 비교우위를 놓치지 말고, 예비내각을 통해 친노 ‘극복’보다는 ‘진화’를 보여주라는 뜻이다. ‘진화한 국정 경험’ 전략은, 정치 경험이 없는 안 후보에 대한 거울 효과를 낸다.

우연일까. 안철수 후보 측은 출마 선언 직후부터 민주당의 ‘신패권주의’를 거론하며 친노 때리기에 나섰다. “집권 후 자리를 전리품으로 배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자”라는 공세도 폈는데, 이 역시 예비내각 경쟁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문 후보가 단일화 국면에서 친노의 부정적 이미지만을 발라낼 수 있을지 국정 경험이라는 비교우위까지 떠내려 보낼지가 관전 포인트다.

하지만 문재인 지도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모든 그룹에서 ‘안철수’가 핵심 키워드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최소한 스윙층에서 문 후보는 ‘안철수의 대체재’ 내지는 ‘백업’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FGI에서 박근혜·안철수 관련 논의는 활발하게 나온 반면, 문재인 관련 논의는 사회자가 환기시키지 않으면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스윙층에서는 대선 구도를 사실상 ‘2강 1중’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안 후보 호감층이 문 후보를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으므로, 문 후보가 단일화에서 이겼을 때 얼추 흡수가 가능하다는 해석도 나올 수 있다(다음 호〈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두 사람이 쓸 수 있는 단일화 전략을 각각 컨설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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